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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안보리 진입…11년 전 이사국 때 북·러 상황과 판박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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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이 11년 만에 유엔(UN) 회원국에 대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자 코어(core·핵심)로 평가되는 2024~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입에 성공했다. 당면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각종 국제사회 현안에 대한 발언권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투표에서 192개 투표 참가국 중 180개국의 찬성표를 얻어 알제리, 시에라리온, 슬로베니아, 가이아나와 함께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1996~1997년, 2013~2014년에 이어 세번째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글로벌 외교의 승리”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유엔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10개의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비상임이사국은 비토(veto·거부)권은 없지만 안보리 논의와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돌발 현안이 발생할 경우 회의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또 순회 의장국이 되면 안보리 차원에서 특정 현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한국은 순번에 따라 내년 6월 한 달간 의장국이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보리 진출은 엄청난 특권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주도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에 귀 기울이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3~2014년 비상임이사국으로서의 경험이 일종의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안보리에서 핵심 현안으로 다뤘던 사안들이 10년이 흐른 지금도 해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층 급박해진 안보 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북한 인권 침해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의 사안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한 데 이어 추가 발사를 예고했다. 공교롭게도 북한은 2012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정찰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속하는 북한의 행태를 제재하기 위한 논의를 주도하는 역할이 한국의 최우선 과제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 인권문제도 핵심 의제로 꼽힌다. 한국은 2013~2014년 임기 때도 북한 인권문제를 집중 공략했다. 그 결과 2014년 12월 북한 인권문제가 최초로 안보리 정식 의제로 채택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이 이사국 자격으로 다른 이사국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면 보다 수월하게 북한 인권문제를 안보리의 공식 의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 현안 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 구도 역시 여전하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고, 지난해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당시 정부는 크림반도 강제 합병에 공식 반대 입장을 내면서도 안보리 등 국제무대에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한·러 관계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서다.

반면 이번엔 좀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과정과 국제 규범에 따른 전쟁 이후 처리 방향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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