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안보리 ‘코어’ 들어갔다…'北위성도발' 11년 전과 판박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투표를 통해 2023년부터 2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사진은 비상임이사국 선출 직후 축하를 받는 황준국 주유엔 대사.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투표를 통해 2023년부터 2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사진은 비상임이사국 선출 직후 축하를 받는 황준국 주유엔 대사. 연합뉴스

한국이 11년 만에 유엔 무대에서 북한의 '불량 국가적 행태'를 공개 의제화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일(현지 시간) 2024~2025년 임기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되면서다. 한국은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투표에서 192개 유엔 회원국 중 180개국의 찬성표를 획득했다. 한국의 비상임이사국 진입은 1996~1997, 2013~201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유엔의 실세 기구이자 코어(core·핵심)로 평가되는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10개의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상임이사국의 경우 결의·의장성명 등 안보리의 주요 결정을 비토(veto·거부)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비상임이사국은 비토권은 없지만, 안보리 논의와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 돌발 현안이 발생할 경우 회의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한국은 2023~2024년 비상임이사국 임기 동안 1~2차례 순회의장국을 맡게 된다.

한국은 2023~2024년 비상임이사국 임기 동안 1~2차례 순회의장국을 맡게 된다.

또 순회의장국이 되면 회의 주제를 제안해 특정 현안이 안보리 차원에서 논의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순회의장국은 15개 안보리 이사국이 매달 돌아가며 맡는 만큼 한국에도 순번이 돌아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보리 진출은 엄청난 특권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며 “(비상임이사국 임기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주도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에 귀 기울이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11년 전처럼 '北위성' 과제…상황은 더 악화 

정부는 과거 두 차례의 경험 중 특히 2013~2014년의 비상임이사국으로서의 경험이 일종의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안보리에서 핵심 현안으로 다뤘던 사안들이 1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층 급박해진 안보 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핵실험과 ICBM 발사를 비롯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 침해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의 사안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동창리 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을 발사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31일 동창리 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을 발사했다. 연합뉴스

특히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문제는 11년 전과 최근의 상황이 '판박이'처럼 유사하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한 데 이어 추가 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마찬가지로 북한은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이 확정됐던 2012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정찰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 공교롭게 북한의 '위성 도발' 직후 상황에서 한국이 재차 비상임이사국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우주 개척이라는 명분으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속하는 북한의 행태를 제재하기 위한 논의를 주도하는 역할이 한국의 최우선 과제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009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1874호)에 따라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로켓 발사가 금지돼 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화산-31로 명명한 새 핵탄두가 대량생산된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3월 화산-31로 명명한 새 핵탄두가 대량생산된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특히 북한의 ICBM 문제는 10년 전보다 상황이 보다 복잡해진 상태다.

북한이 ICBM을 공개한 시점은 한국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있던 2013년 7월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ICBM에 탑재 가능한 전술 핵탄두 기술 확보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엔 ‘화산-31’이라 명명한 전술 핵탄두까지 공개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 터너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지난 4일 “북한은 뉴욕을 타격할 수 있는 핵 역량을 갖췄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더 복잡해진 '北인권 문제' 

북한 인권 문제도 이번 임기 내에 강도 높게 다루게 될 핵심 의제로 꼽힌다.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는 작업은 윤석열 정부에서 강조하는 가치외교 노선과도 맞닿아있다. 한국은 2013~2014년 비상임이사국 임기 때도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 공략했다. 그 결과 한국의 비상임이사국 임기 막판이었던 2014년 12월 북한 인권 문제가 최초로 안보리 정식 의제로 채택됐다.

한국은 2013~2014년 비상임이사국 임기 내에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사진은 2014년 말 당시 오준 유엔대사가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을 주제로 연설하는 모습. 이 연설은 국제사회의 공감을 산 명연설로 회자됐다. 외교부 제공

한국은 2013~2014년 비상임이사국 임기 내에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사진은 2014년 말 당시 오준 유엔대사가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을 주제로 연설하는 모습. 이 연설은 국제사회의 공감을 산 명연설로 회자됐다. 외교부 제공

정부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계속된 지적에도 북한 인권 상황이 오히려 11년 전보다 후퇴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3월 통일부가 공개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는 즉결 처형 등 공권력 활용한 자의적 생명 박탈이 자행되고 있고, 북한 여성들은 가정·학교·군대·구금시설에서 각종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선 (15개 이사국 중) 9개국이 동의해야 하는데, 여건과 환경을 감안해 추진하되 북한 인권 문제를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이 이사국 자격으로 다른 이사국들과 매일 만나 의견을 교환하면 보다 수월하게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 공식 의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칫거리' 러시아…9년 전 강제합병, 지금은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구도 역시 여전하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고, 지난해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당시 정부는 크림반도 강제 합병에 공식 반대 입장을 내면서도 안보리 등 국제무대에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강도 높은 규탄이 자칫 한·러 관계 악화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한 탓이다. 당시 정부와 정치권에선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주요 외교 정책이었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G7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지원과 협력을 약속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G7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지원과 협력을 약속했다. 뉴스1

반면 이번 비상임이사국 임기에는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후속조치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량 학살 등 러시아의 중대한 전쟁법 위반 상황과 우크라이나 재건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국가안보전략 발표 브리핑에서 “(한국은 비상임이사국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과정과 국제 규범에 따른 전쟁 이후 처리 방향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