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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누구 줬나, 안 밝혀도 기소"…檢이 꺼낸 2004년 이 재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5일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29명의 출입 기록 등을 확보해 동선이 맞지 않은 인원들을 지워가는 방식으로 수수자를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앉아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앉아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날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송영길 전 대표 경선 캠프와 연관된 의원 29명과 해당 의원실 직원들에 대한 출입 기록을 확보했다. 사실상 송 전 대표의 전당대회 캠프에 관여한 의원 대다수의 동선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주 국회사무처에 윤관석 무소속 의원에게 돈봉투를 받은 수수자들을 특정하기 위해 관련 기록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달라고 요청했지만, 국회사무처가 절차적 문제로 거부하자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윤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2021년 4월 28~29일 이틀에 걸쳐 윤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과 국회의원회관에서 300만원이 든 돈봉투 20개를 돌렸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본청과 의원회관 출입 기록 등을 통해 윤 의원의 행적과 돈봉투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들의 동선을 교차 검증할 계획이다.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의원 수는 임의제출 요구 때보다 소폭 늘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의원실 명단 뿐만 아니라 돈봉투가 전달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도 특정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대상자 폭을 넓혀 물리적으로 동선이 겹치는지, 입증 가능한지를 우선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에 대해 함구하더라도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돈봉투 전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윤 의원에 대해서는 금품 제공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금품 수수자 특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윤 의원을 금품 공여자로 기소하기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2004년 경남 마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정부 전 의원의 아내 정모씨 판례가 검찰이 검토중인 유력한 판례다. 정씨는 김 의원의 후보 사무국장이던 이모 씨에게 6000만원을 건넸고, 이 6000만원의 용처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법원은 공직선거법상 금품제공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당시 법원은 금품 전달 장소와 시간 등을 비밀리에 정했고, 선거자금의 세분화된 전달이 있었으며, 공범이 도피했다는 점 등을 들어 금품 수수자가 밝혀지지 않아도 금품 제공이 있었다는 걸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의 모습. 연합뉴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획 사건에서 검찰이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으로 살포 장소를 특정하고,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전 상임감사위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비밀리에 공모하는 녹취록 등을 확보한 점은 검찰에 유리한 수사 흐름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금품 공여자와 수수자 모두가 부인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은 공여자 일부가 진술을 하고 있고, 그 외에도 관련자가 많기 때문에 혐의를 소명하기가 힘든 구조”라고 분석했다.

다만 돈봉투 공여자를 넘어 수수자까지 기소해 수사를 완결짓기에는 힘들 수 있다는 진단은 검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보좌진이나 국회 경위가 출입문을 열어주기도 하는 등 출입 기록만으로 동선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사이의 지하통로를 이용할 경우 옮겨간 곳의 출입기록이 남지 않는다. 검찰 관계자는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남는 증거가 있게 마련”이라며 “오늘 압수수색은 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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