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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한국·프랑스 오가며 문화·예술의 힘과 가족의 사랑 느꼈죠

중앙일보

입력

안녕하세요, 소중 친구 여러분. 13기 학생기자 박리안입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국제결혼 가정으로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으로 구성된 경우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요. 우리 가족은 아빠가 프랑스 사람인 다문화 가정이라 한국과 프랑스 문화를 함께 아우르는 집이에요. 한국의 큰 명절 하면 설·추석이 있죠. 프랑스는 크리스마스가 큰 명절이라 설·추석처럼 가족들이 모여요. 비록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봄방학을 프랑스의 가족과 함께하기로 했죠. 목적지는 할아버지가 계신 리옹입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벽면을 둘러싸는 형태로 전시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보는 박리안 학생기자.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벽면을 둘러싸는 형태로 전시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보는 박리안 학생기자.

리옹은 파리·마르세유 다음으로 인구도 많고 큰 도시예요. 두 개의 큰 강을 중심으로 현재 번화한 리옹과 구시가지(Vieux Lyon)로 나뉘죠. 제가 소개하고 싶은 곳은 구시가지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영화&미니어처박물관입니다. 아이스크림 가게 이름은 글라시에 나흐돈(Glacier Nardone)으로 무려 1899년에 문을 열었어요. 외관은 리모델링해서 현대적인 모습이지만요. 리옹에 방문한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입니다. 한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맛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어요. 저의 추천은 초콜릿과 레몬 맛입니다.

영화&미니어처박물관(Musée Cinéma & Miniature)은 영화 장면을 미니어처로 만들거나, 캐릭터 등을 밀랍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해요. 먼저 영화 ‘향수’에서처럼 수백 개의 향수병이 놓인 선반과 향수를 만드는 밀랍인형이 시선을 끌었죠. 많은 영화 장면과 캐릭터가 저를 설레게 했는데, 특히 실외에 전시된 배트맨은 진짜 같았죠. 다만 공포영화를 다룬 공간은 아빠와 언니가 말려서 들어가지 않았어요.

1899년 문을 연 아이스크림 가게 글라시에 나흐돈은 리옹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1899년 문을 연 아이스크림 가게 글라시에 나흐돈은 리옹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한국에 KTX가 있듯 프랑스에는 TGV가 있어요. KTX는 사실 TGV를 베이스로 프랑스의 알스톰에서 만들었죠. TGV를 타면 리옹에서 파리까지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1일 생활권입니다. 저는 1박 2일 동안 걸어 다니며 문화와 예술의 도시 파리를 온몸으로 느꼈죠.

여행을 계획하며 꼭 가보고 싶었던 파리식물원(Jardin des Plantes)은 파리의 중심인 5구의 소르본 대학 옆에 있어요. 루이 13세 시절인 1635년 왕립약초원으로 출발해 1793년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세우고, 동물원과 수족관도 만들었죠. 저는 동물을 좋아해서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쓰레기 줄이기, 물 아껴 쓰기 등을 실천 중인데요. 수많은 생물(누에고치부터 고래와 코끼리까지)의 모습을 전시한 국립자연사박물관과 공룡 뼈를 전시한 공룡갤러리에서 멸종된 동물들을 보며 너무 슬프고 안타까웠죠.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리옹의 영화&미니어처박물관은 다양한 영화 장면 미니어처, 캐릭터 밀랍인형들로 가득하다.

리옹의 영화&미니어처박물관은 다양한 영화 장면 미니어처, 캐릭터 밀랍인형들로 가득하다.

현대미술 전시로 유명한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에도 갔습니다. 1969년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공터였던 파리 4구의 플라토 보브르(Plateau Beaubourg)를 근현대미술관과 공공도서관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죠. 우리가 갔을 땐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크리스찬 마클레이(Christian Marclay) 회고전을 하고 있었죠. LP판으로 작업한 작품 등 음악 관련 작품들을 보며 음악을 하는 언니가 무척 흥미로워했습니다. 각각 다른 영화의 음악과 음악을 합쳐 새로운 음악을 창작한 것이 인상 깊었죠.

프랑스의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를 좋아하는 엄마의 추천으로 오랑주리 미술관(Musee de l'Orangerie)에도 갔습니다. 프랑스 근대 회화를 주로 전시하는데 특히 클로드 모네의 ‘수련’(Nympheas)이 유명하죠. 모네의 그림도 좋았지만 오귀스트 르누와르(Auguste Renoir, 1841~1919)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Jeunes filles au piano)’이 더 인상 깊었어요. 그림을 보니 엄마와 함께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거든요.

파리식물원에 있는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수많은 생물들과 멸종된 동물들을 보며 박리안 학생기자는 환경보호에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파리식물원에 있는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수많은 생물들과 멸종된 동물들을 보며 박리안 학생기자는 환경보호에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모네를 비롯한 19세기 화가들의 작품은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때 기차역이었던 오르세역을 1986년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죠. 주로 1848~1914년 완성된 회화·조각·장식미술·가구·사진 등을 전시해요. 저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고흐의 방, 세 번째(La Chambre de van Gogh à Arles, 1889)’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의 외롭고 쓸쓸한 삶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 이렇게 작을 줄 몰랐죠.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로도 불립니다. 파리를 방문한다면 파리(사람)의 음식점, 브라스리 파리지엥(Brasserie La Parisienne)에서 식사해 보세요. 스테이크·샐러드·파스타부터 개구리 뒷다리와 달팽이 요리(에스카르고) 등이 있죠. 에스카르고는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개구리 뒷다리는 맛있었고요. 토끼 요리는 추천합니다.

프랑스에 사는 친척들과 함께한 박리안(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학생기자. 할아버지가 계신 리옹과 파리, 아비뇽을 오가며 코로나19로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프랑스에 사는 친척들과 함께한 박리안(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학생기자. 할아버지가 계신 리옹과 파리, 아비뇽을 오가며 코로나19로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리옹으로 돌아와선 다시 고모가 사는 아비뇽으로 떠났어요. 파리에서 690km 떨어진 남프랑스에 있는 아비뇽은 리옹에서 250km 거리로 차로는 약 2시간 걸립니다. 역사적으로 1309~1377년 7대에 걸쳐 로마 교황청을 이곳에 이전했던 ‘아비뇽 유수’가 벌어진 곳이죠. 여름의 아비뇽 연극축제, 12세기에 건설된 아비뇽 다리가 유명해요. 아비뇽 시가지와 건너편 육지를 연결하는 22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폭 4m, 길이 약 900m의 다리죠. 15세기에 추위·홍수로 많이 파괴됐는데, 17세기부터 이어오던 보수 작업을 멈추고 현재는 일부만 남아 있죠.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아이들이 체험학습으로 많이 온다고 합니다. 다리만 볼 수도 있고, 다리와 연결된 성과 정원까지 볼 수도 있죠. 약 40분 동안 다리와 연결된 성을 돌아보는데 옛날 사람이 된 기분이었죠.

이번 여행은 코로나19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제 깜짝 생일 파티도 열어 무척 감동적이었죠. 프랑스의 가족과 사랑을 느끼며 자주 영상통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주간의 여행과 하늘에서 맞이한 11세의 출발까지, 좋은 경험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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