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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그 때 CCTV 못 찍었다…살인장면 없다? 판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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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지적장애인 동생을 하천에 빠져 숨지게 한 형이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021년 지적장애인 동생에게 술과 수면제를 먹인 뒤 하천변으로 데려가 물에 빠져 숨지게 한 A씨에게 징역 10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IQ 41 동생, 술·수면제 먹인 뒤 하천변 데려가…익사체 발견

지능지수 41인 38세 동생을 부양하며 살던 A씨는 2021년 6월 27일 동생에게 술을 먹인 뒤 경기도 구리시 왕숙천변 인근으로 데리고 갔다. 검찰 조사와 본인 진술에 따르면 A씨는 천변에서 동생에게 수면제를 먹였고, 이후 동생은 강동대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심 재판부는 살인죄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을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직접 물에 빠뜨렸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유기치사·마약류관리법 위반만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살인 장면이 입증되지 않아도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였다. A씨가 범행 며칠 전 친구에게서 향정신성 의약품(수면제를 받고, 친구 이름으로 렌터카를 대여하고, 서울에서 동생에게 술을 먹인 뒤 경기도로 이동하는 등 대부분의 동선과 행동은 입증됐다. 경기도로 이동해 차를 댄 건물 정문 CCTV, 하천 하류 CCTV 등 영상을 통해 A씨가 동생을 데리고 6월 28일 오전 12시 23분쯤 둔치 쪽으로 내려갔다가, 42분 뒤 혼자 올라오는 장면도 확인됐다.

물에 빠뜨린 살인 장면 CCTV가 없다…1심 유죄, 2심 무죄

하지만 A씨가 동생을 물에 빠뜨렸다는 장면을 촬영한 CCTV는 없었다. 또 A씨는 “물가로 데려가 버리고 왔을 뿐, 물에 빠뜨려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물에 빠뜨려 살해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봤다. A씨가 월 수입 300~600만원인데 비해 월 지출이 4000만원 정도로 과다했고, A씨의 동생과 나눠가진 부모님의 상속재산도 분쟁 중인 점을 범행 동기로 볼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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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도 A씨를 유죄로 의심할만한 사정을 모두 인정했고, A씨의 동생이 사망할 경우 부모님의 상속분에 더해 동생의 사망보험금 약 3억5000만원까지 포함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하지만 동생을 물에 빠뜨렸다는 점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간접증거만으로 살인죄를 인정하려면 압도적이고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며 살인죄는 무죄로 보고, 유기치사죄만 인정했다. 범행 장소 인근 교량 아래까지만 CCTV가 있어서, 범행 장소에 대한 입증도 부족하다고 봤다.

A씨는 미리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고, 범행 전 ‘수건마취, 기절’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구체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대화 내용이나 도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살인의 동기가 돈이었다고 본 1심과 달리 2심은 “특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징역 10년, 전자추적장치 부착명령청구 기각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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