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에 각별히 챙기는 그 판사?…이번주 '김명수의 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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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제청을 놓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간 문재인 대통령-김명수 대법원장, 박근혜 대통령-양승태 대법원장 등 행정부와 사법부 수장 간 소통이 비교적 원활해 잠잠했을 뿐이다.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은 모두 헌법에 명시된 권한으로 의견 차이가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법관 후보 8명 (사법연수원 기수, 가나다순). 위에서부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윤준, 서경환, 손봉기, 엄상필. 권영준, 박순영, 신숙희, 정계선. 사진 대법원

대법관 후보 8명 (사법연수원 기수, 가나다순). 위에서부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윤준, 서경환, 손봉기, 엄상필. 권영준, 박순영, 신숙희, 정계선. 사진 대법원

가장 근래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정권 교체 후인 2009년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자 이명박 정부가 협의 과정에서 반대 의사를 나타내 임명이 지연되거나 다른 후보를 제청한 사례가 있었다. 2003년엔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강금실 당시 법무부장관과 박재승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자문위 회의가 대법원장이 천거한 후보를 추인하는 요식 행위”라며 회의 도중 퇴장한 일도 있었다.

이번 대법관 제청이 주목을 받는 건 9월에 임기가 끝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마지막 제청이기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은 평소 특정 판사가 대법관 후보가 됐으면 하는 뜻을 밝혀왔다고 한다. 대법관 제청 절차에 개입한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김 대법원장의 의중이 대통령실에도 알려졌고, 가뜩이나 현재 대법관 구성이 편향적이라고 보는 대통령실 입장에서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이다.

임기 말 갈등 vs 조직 안정

관건은 김 대법원장이 갈등을 무릅쓰고 이번에 제청할 후보 2명 중 1명이라도 ‘자기 사람’을 제청할지, 아니면 누가 봐도 무난한 후보를 천거해 조직 안정을 꾀할지다.

대법원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압축한 후보 8명에 대해 지난 2일까지 각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의견수렴 내용 분석을 거쳐 김 대법원장은 이번 주 중 윤석열 대통령에게 2명의 후보를 제청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7월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있는 한 판사는 “현재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과 관련해 자문하는 행정처 고위 간부들은 (김 대법원장 임기 초반과 달리) 모두 사법행정 경험이 풍부한 법관들”이라며 “김 대법원장이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이른바 ‘시스템 바깥’의 자문을 따로 받지 않는다면 무난한 후보들이 제청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 2명을 제청하는 건 대법원장 고유의 권한이므로 이젠 김 대법원장이 결단해야 하는 ‘김명수의 시간’이다.

8명의 후보 가운데 대통령실이 무난하지 않다고 보는 후보는 정계선(53·사법연수원 27기)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와 박순영(56·25기) 서울고법 판사다. 정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경력이 걸림돌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각별히 챙긴다는 소문도 부담이다. 2018년 다스 실소유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995년 37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법원 안팎에선 정 부장판사가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판사로 분류되는 데 대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많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정 부장판사는 실력 측면에선 최고의 판사”라며 “원리원칙을 고집하는 모습이 강성으로 비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면서도 “퇴임 후 국가기록원에 넘겨야 할 청와대 문건을 빼돌렸다는 혐의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며 공소를 기각하기도 했다.

정계선·박순영은 안 된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는 최근 자녀 채용 특혜 논란이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원이다. 2021년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는데, 당시에도 관행을 깨고 지명돼 ‘김명수 사람’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대통령실은 나머지 6명의 후보에 대해선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가장 시니어급인 윤준(62·16기) 서울고등법원장은 윤관 전 대법원장의 아들이다. 소탈한 면모로 정무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서울회생법원장을 지낸 서경환(57·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015년 광주고법 재직 당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도입된 ‘법원장 추천제’로 2019년 처음 대구지방법원장에 ‘당선’된 손봉기(57·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활동해 온 지역법관이다.

권영준(52·25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일한 학계 후보다. 지난해 9월 김재형 전 대법관이 퇴임한 후 교수 출신 대법관은 없다. 권 교수는 1999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해 2006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근무를 끝으로 법원을 떠났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교수 중에 대법관이 나온다면 당연히 권영준이라고 할 정도로 이론과 실무에 해박하다”고 말했다.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몰몬교) 신자라는 점이 변수로 꼽히기도 한다.

법원 내 엘리트 코스로 알려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인 신숙희(54·25기) 고법판사는 양형위원회 첫 여성 상임위원이다. 이번에 퇴임하는 박정화 대법관을 대체할 유력한 여성 대법관 후보로 거론된다.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엄상필(54·2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다크 호스’다. 과묵한 성격이어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지 않지만 실력이 출중한 ‘정통 법관’이라는 평가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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