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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반 만에 회담 한일 국방, 초계기 갈등 재발방지책 마련키로

중앙일보

입력

한·일 국방장관이 3년 반 만에 회담을 갖고 일본 초계기를 향한 한국 해군의 추격 레이더 조준(조사·照射) 여부 논란에 대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자”고 합의했다. 이른바 ‘초계기 논란’으로 불리는 해당 사안은 지난 4년간 양국의 군사 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북한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일 군사 공조가 중요해진 만큼 양국 간 소모적인 논쟁은 피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회담에 나서고 있다. 뉴스1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회담에 나서고 있다. 뉴스1

“초계기 문제 진전 없인 협력 제한”

4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종섭 국방장관과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일본 방위상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 장관은 회담을 마친 후 “그 (초계기) 문제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실무선에서 협의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2018년 한·일 관계가 경색된 후 초계기 논란 부분은 국방 분야에서 민감한 현안으로 대두됐다”며 “여기에 진전이 없으면 전반적인 국방 협력에도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데 양측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방식 바람직하지 않아”

앞서 2019년 11월 당시 정경두 장관은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을 만나 “우리 함정이 일 초계기에 추적 레이더를 조사한 바가 없다”고 한 반면 일본 측은 한국군이 레이더를 조사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한 기존의 방식 논의가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 수 없을 것 같다는 데 (양국 장관이) 공감한 것”이라며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나간다는 합의를 이번에 냈다”고 설명했다.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양자회담에 앞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양자회담에 앞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일 군용기 특별지침’엔 “철회 검토 없다”

국방부는 단 일본 군용기에 적극 대응하도록 한 해군의 특별 대응지침이 철회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2019년 2월 군 당국은 ‘일 군용기 대응 지침’을 해군에 내려 일본 군용기가 경고통신에 응하지 않고 가까이 내려오면 추적 레이더를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는 제3국 군용기에 대한 대응 지침과 달라 논란을 불렀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가 어떤 특정한 조치를 가지고 있다, 없다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겠다”며 “철회 조치에 대한 검토는 없다”고 말했다.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이틀째인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이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이틀째인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이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 미사일 정보 공유 연내 가동

앞서 이 장관은 3일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및 하마다 방위상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앞서 3국 정상이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올해 안 가동하기로 확정했다. 현재 한국군과 주한미군, 그리고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이 각각 주고받는 정보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하와이 연동통제소가 허브 역할을 맡아 실시간 공유하는 방식이다. 공유 내용은 북한 미사일의 ▶발사 추정지점▶비행궤적▶예상 탄착지점 등이다. 군 당국은 해당 체계가 가동되면 한·일 양국 모두 정확한 분석과 신속한 대처에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선 한·중 국방장관회담도 열렸다. 국방부는 “이종섭 국방장관이 지난 3일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 한·중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회담에선 2014년부터 진행되어 온 중국군 유해송환 사업, 지난 2022년 확대된 해·공군 직통전화에 기반한 의사소통을 더욱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단 중국 국방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중 국방장관 회담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전날 CC-TV 산하 앙시망(央視網)을 통해 회담 개최 소식만 56자로 짧게 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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