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 나화린(철원)이 논란 속에 우승을 차지했다.
나화린은 3일 오후 강원 양양군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여자일반1부 경륜 경기에 출전해 강릉과 춘천 대표를 제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출발부터 선두로 치고 나와 330m 트랙 3바퀴를 돌며 줄곧 선두를 지켰다.
나화린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많이 긴장했는데 온 힘으로 달린 것 같아 뿌듯하고 남은 두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혹시 나의 출전으로 상대 선수들이 기권하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에 2시간밖에 못 잤다"고 말했다.
이어 "8년 전 경기에 출전했을 때보다 여성부 기량이 높아져 예상보다 힘든 경기를 펼쳤다"며 "논란을 만들고자 출전을 결심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 자체가 다시 즐거워졌고 모든 경기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화린은 경기를 마친 뒤 상대 선수들을 찾아가 사과의 뜻으로 음료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오는 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여자일반1부 스크래치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키 180㎝, 몸무게 72㎏, 골격근량 32.7㎏으로 일반 여성에 비해 훨씬 건장한 체격 조건을 가진 그가 이번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두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나화린은 지난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전환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공식 경기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나는 논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남녀로 딱 잘라 정해진 출전 부문에 성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상을 받으면 대중의 공감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명예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남자였다가 여자인 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