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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미 드레스' 입은 미모의 모델…칸에 가슴으로 전한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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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각)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이란의 사형 제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이란계 미국인 모델 마흘라가 자베리(33). AFP=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각)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이란의 사형 제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이란계 미국인 모델 마흘라가 자베리(33). AFP=연합뉴스

제76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이란 출신 모델이 자국의 사형 제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목 부분이 교수형 매듭처럼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논란이 됐다.

2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이란계 미국인 마흘라가 자베리(33)는 지난 26일 칸 영화제 주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벌에 목 부분이 교수형에서 사용하는 올가미 모양으로 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드레스 뒷자락에는 'STOP EXECUTION'(사형을 중단하라)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영화제 이후 자베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란 사람들에게 바친다"며 30초 분량의 영상 하나를 올렸다.

영상은 올가미 드레스를 입은 자베리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목을 쓰다듬거나, 눈을 감고 머리를 감싸 쥐다가 끝난다.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곡은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노래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과 자베리가 입은 의상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져나갔고,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영화제에서 해당 드레스를 입은 그의 행동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이란의 사형 제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이란계 미국인 모델 마흘라가 자베리(33). 사진 마흘라가 자베리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26일(현지시각)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이란의 사형 제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이란계 미국인 모델 마흘라가 자베리(33). 사진 마흘라가 자베리 인스타그램 캡처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자베리의 행동을 두고 용감하다고 칭찬하며 "올해에만 이란에서 200명 이상이 처형됐다. 정치에서 다수가 여성이었다면 더 이상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도란 선임연구원 역시 "영화제에서 눈길을 끄는 시위였다"며 "자베리의 드레스는 이란의 잔인한 처형 문제를 환기시켰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좌파 언론인 야샤르 알리는 자베리의 행동에 대해 "수치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는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해당 영상을 찍는 것이 무고한 이란인들의 처형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어떠한 설명 없이 '사형을 중단하라'는 자막으로 영상을 끝내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자베리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란 사람들이 겪는 부당한 처형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드레스를 입었다"며 "안타깝게도 영화제에선 정치적 발언이 금지돼 드레스 뒷면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올가미의 의미는 잘 전달됐다"고 적었다.

한편 이란은 세계에서 사형 집행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중의 하나다.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최근 발표한 연례 사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20개국에서 집행된 사형 883건 중 576건이 이란에서 이뤄졌다. 사형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중국·북한·베트남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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