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북 안동시 송천동 국립안동대 대학본부 총장실. 방 가운데 자리 잡은 소파 옆 좁은 탁자에 ‘안동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타당성 조사 연구’라는 제목의 두꺼운 책이 놓여 있었다. 이 대학 권순태(61) 총장이 임기를 시작한 2019년 5월부터 대학에 의대를 신설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고,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타당성 조사도 요청했다. 이 두꺼운 책은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권 총장은 “의료 인프라가 전국 꼴찌인 경북을 위해선 의대가 필요합니다. 안동대 의대 설립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이 책은 출간된 이후부터 항상 곁에 놓아두고 의지를 다졌습니다”라고 했다. 권 총장 임기는 30일 끝난다.
의대 설립이라는 큰 산을 넘기 전, 권 총장은 국립대학 통·폐합이라는 큰 강도 건너고 있다.
권 총장은 “안동대 의대 설립과 글로컬 대학 선정은 서로 다른 사업이지만, 두 사업 모두 ‘대학 경쟁력 확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면서 “안동대와 같은 국립대는 사립대에선 비교적 소홀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 교육’이 약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곧 국립대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안동대는 2021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미충원 사태까지 겪으며 휘청했다. 그런 와중에도 권 총장은 의대 신설, 글로컬 대학 선정 등 굵직한 현안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국·공립대 총장협의회장을 맡은 그는 “이 모든 것이 대학 구성원 ‘집단지성’이 노력한 결과”라며 자신을 낮췄다. 아래는 일문일답.
- ‘글로컬 대학 사업’을 추진 중이다. 통합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애초 안동대와 경북도립대·금오공대 등 3개 학교와 통합을 추진했지만, 금오공대와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논의를 다음으로 미뤘다. 경북도립대와 통합 관련해서는 경북도 산하 공공인재 교육 관련 연구소 기능 통합을 추진 중이다. 학교 간 통합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통합된 대학이 어떤 경쟁력을 갖추느냐는 것이기 때문에 과감한 구조개혁과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
- 국책사업 다수 유치로 대학재정 면에서 성과를 거뒀다.
- “총장의 성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전부 우리 구성원들이 해낸 일이다. 지난해 국·공립대 총장협의회장을 맡아 고등교육 현안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가장 큰 목표는 OECD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던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재정 비율을 평균까지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1조7000억원 정도 예산을 추가 확보했다. 국립대학법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인천대처럼 법인화된 국립대학 수준으로 맞추자는 내용이다.”
- 안동대 의대 설립이 경북 의료불균형 문제 해결로 어떻게 이어지나.
- “경북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37명으로 전국 최하위다. 특히 고령 환자와 중증 환자가 많은 경북에 상급종합병원은 한 곳도 없다. 의사 수급 부족과 이에 따른 의료서비스 저하 극복을 위해 국립 의과대학을 신설하고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 차기 총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다음 총장에게는 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험난한 미래와 해결해야 할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안동대 구성원의 힘을 모으고 그들을 믿고 소신 있게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