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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한 달 앞으로...폭우 예고에 벌써 긴장하는 서울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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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영화 포세이돈을 패러디해 네티즌들이 합성해 제작한 포스터. [뉴스1]

영화 포세이돈을 패러디해 네티즌들이 합성해 제작한 포스터. [뉴스1]

석가탄신일 연휴 내내 비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르면 다음 달 말 장마가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폭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서울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8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을 확률이 43~47%다. 지난해에도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곳곳에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영화 포세이돈 포스터를 패러디한 ‘오세이돈’ 게시물이 범람했다.

오세이돈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오세훈 시장 성을 합친 조어다. 오 시장이 과거에 시장직을 수행했던 2011년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겼는데, 시장으로 복귀하자 비슷한 일이 또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오 시장은 억울해할 수 있다. 자연재해가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에 쏟아진 시간당 최고 141.5㎜의 폭우는 1942년 8월 5일 기록한 서울관측소 최다강수량(118.6㎜) 기록을 80년 만에 깼다.

서울시, 폭우 경보·통제 체제 구축

지난해 서울시 강남구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자 네티즌들이 소셜미디어에 선보였던 풍자물. [사진 소셜미디어 캡쳐]

지난해 서울시 강남구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자 네티즌들이 소셜미디어에 선보였던 풍자물. [사진 소셜미디어 캡쳐]

폭우에 크게 당했던 서울시는 단단히 준비에 나선 모양새다.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에 선제적으로 경고하는 ‘침수 예·경보제’를 올해 전국 최초로 시행한다. 이미 지난 15일부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24시간 가동하기 시작했다.

상습 침수지역인 강남역·도림천·광화문 일대에는 대심도 빗물 배수 터널이 들어선다. 올해 착공 예정이지만, 당장 올해 비가 많이 내리면 무용지물이다. 2027년~2032년 순차적으로 완공 예정이어서다.

그래서 서울시는 강남역·대치역·이수역사거리 등 3곳에 침수취약도로 사전통제 서비스를 올해 처음 제공하기로 했다. 경찰과 협업해 자동차 진입을 통제하고, 카카오·티맵 등 내비게이션으로 우회도로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침수예측 정보시스템도 올해 본격 운영한다. 3시간 후 강우량을 예측해 침수 예상지역과 범위를 실시간 분석·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올해 도림천·우이천 하천 범람 위험 등을 예측하는 데 활용한다.

오 시장은 지난해 연말 유럽연합(EU) 최대 규모 빗물 터널인 스페인 아로요프레스노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오 시장은 “13년 전부터 홍수 예방과 환경 보호를 위해 도입한 아로요프레스노는 서울이 벤치마킹하기 굉장히 적절한 사례”라고 언급했다. ▶[르포] 골프장 지하 비밀공간…축구장 5개 크기 '1749억짜리빗물 그릇'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마르타 로페스 산체스 마드리드시 하수도과장(맨 오른쪽)에게 아로요프레스노 빗물저류배수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마드리드(스페인)=문희철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마르타 로페스 산체스 마드리드시 하수도과장(맨 오른쪽)에게 아로요프레스노 빗물저류배수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마드리드(스페인)=문희철 기자

장마 두 달 전 점검 완료

서울 청계천 오간수교에서 열린 풍수해 재난대응 종합훈련에서 익수자 역할의 소방대원이 구조되고 있다.  [뉴스1]

서울 청계천 오간수교에서 열린 풍수해 재난대응 종합훈련에서 익수자 역할의 소방대원이 구조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는 방재시설 점검을 모두 마쳤다. 외부전문가와 합동으로 빗물펌프장·저류조·수문·공사장 등 8233여 곳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이상 시설 정비를 완료했다.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거시설 1169개도 확보했다.

지난해 반지하 주택 침수가 발생하자 반지하 제로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엔 서울시 반지하 주택 22만여호 가운데 침수 이력이 있는 2만8000호를 모두 방문해 침수예방 시설 설치 여부를 조사했다. 이중 침수 예방 시설이 꼭 필요한 주택엔 물막이판과 비상탈출 사다리·개폐식 방범창 등 피난시설을 설치한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우기가 오기 전에 반지하 주택 전체를 확인·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엔 아예 반지하 주택 침수 상황을 가정하고 대피하는 모의훈련까지 했다. 자치구·경찰·소방·서울시설공단 등 14개 기관 110명이 참가한 대규모 훈련이었다.

서울 청계천 오간수교에서 열린 풍수해 재난대응 종합훈련에서 서울시설공단 관계자 등이 시민의 대피를 안내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침수 예·경보제’를 시행했다. [뉴스1]

서울 청계천 오간수교에서 열린 풍수해 재난대응 종합훈련에서 서울시설공단 관계자 등이 시민의 대피를 안내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침수 예·경보제’를 시행했다. [뉴스1]

상황실에서 통제를 지시하면 방호복을 입은 안전 요원이 시민을 대피시키고 고립한 시민을 소방대원이 구조했다. 동작구·관악구 등 반지하 밀집 지역에 일제히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서울시 동행파트너는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 집에 직접 찾아가 이들을 부축했다. 서울시 동행파트너(2391명)는 침수 예·경보 발령 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가동하는 주민 협업체다.

권완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지난해처럼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풍수해 재난에 대비하려면 반복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며 “관계 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시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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