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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원' 모리뉴의 화려한 부활...무관 토트넘 시절 딛고 유럽 제패 꿈

중앙일보

입력

AS로마를 이끌고 재기에 성공한 조세 모리뉴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AS로마를 이끌고 재기에 성공한 조세 모리뉴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셜 원' 조세 모리뉴(60·포르투갈) 감독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AS로마를 이끌고 유로파 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모리뉴 감독은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무명 선수 출신으로 23세에 은퇴해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을 걸은 그는 감독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03~04시즌 포르투(포르투갈) 감독을 맡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첼시(잉글랜드), 인터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 등 명문 클럽을 이끌고 각종 대회에서 25개의 우승컵을 쓸어담았다. 인터밀란 감독 시절인 2009~10시즌엔 트레블(세리에A·챔피언스리그·코파 이탈리아 우승 등 3관왕)을 달성했다.

 멈출 줄 모르던 기세는 2019년 11월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에 부임하면서 꺾였다. 2019~20시즌 도중 소방수로 투입된 그는 토트넘을 6위로 이끌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다음 시즌인 2020~21시즌 초반 토트넘은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모리뉴 감독은 수비 위주의 전술을 고집하면서 기세가 꺾었다. 순위가 7위까지 떨어지면서 2021년 4월 경질됐다. 그의 감독 경력에서 무관에 그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토트넘에서 무관으로 경질 당한 모리뉴(왼쪽) 감독. AFP=연합뉴스

토트넘에서 무관으로 경질 당한 모리뉴(왼쪽) 감독. AFP=연합뉴스

 모리뉴 감독은 2021~22시즌을 앞두고 AS로마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많은 전문가는 "50대 후반의 모리뉴는 끝났다. AS로마를 이끌고 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보기 좋게 예상을 뒤엎었다. 데뷔하자마자 AS로마를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의 원년 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건재를 과시했다. AS로마가 유럽 클럽대항전에서 우승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모리뉴의 상승세는 올 시즌에도 이어졌다. AS로마는 지난 19일 독일의 레베쿠젠을 꺾고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로마가 이 대회 결승에 오른 건 1990~91시즌(준우승) 이후 32년 만이다. 6월1일 열리는 결승전에선 스페인의 세비야와 우승을 다툰다. CNN은 "마침내 '스페셜 원(모리뉴 별명)'이 돌아왔다"며 그의 지도력을 집중 조명했다.

 모리뉴가 재기한 비결은 '믿음의 리더십'이다. 로마에 부임할 당시 선수단엔 헨리크 미키타리안(34)과 크리스 스몰링(34)이 버티고 있었다. 둘은 맨유(2016~18년) 시절 모리뉴와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모리뉴 감독이 부진한 경기력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불화가 생겼다. 그런데 이들을 로마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토트넘에서 선수들의 신뢰를 잃었던 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감독의 권위나 스타 지도자의 자존심을 버렸다. "세상 참 좁다"면서 두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평소 오만하게 보였던 모리뉴의 변화에 선수들도 마음을 열었다. 불편한 사이였던 두 선수와의 관계가 개선되니, 나머지 선수들은 모리뉴의 강한 카리스마에 압도돼 저절로 따라왔다.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을 확정하고 선수들과 기뻐하는 모리뉴(가운데) 감독. AFP=연합뉴스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을 확정하고 선수들과 기뻐하는 모리뉴(가운데) 감독. AFP=연합뉴스

 그래도 모리뉴는 자신의 축구 철학만큼은 굳게 지켰다. 장기인 수비 위주의 전술을 고수했다.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은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앞세워 차례로 강팀을 물리쳤다. 부 주장 잔루카 만치니(27)는 "모리뉴 감독은 정확하고, 날카로운 진정한 리더다. 어떤 타이밍에 칭찬하고, 또 언제 질책해야 하는지 안다"면서 "그는 내 안에 잠자던 열정을 깨웠다.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고 말했다.

 '우승 청부사'의 면모를 되찾은 모리뉴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는 최근 "모리뉴가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받았다. 계약 조건은 역대 감독 최고액인 2년간 1억2000만 유로(약 1700억원)"라고 전했다.  폭발적인 인기에도 모리뉴 감독은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그는 "내 목표는 로마 구단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팬들에게는 기쁨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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