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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4 어깨 주무르다 생긴 멍에…'아동학대' 몰린 여교사,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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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일러스트. [중앙포토]

아동학대 일러스트. [중앙포토]

"어깨 주물렀을 뿐인데"…학생 부모, 신고

전북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같은 학교 4학년 여학생 어깨를 주무르다 생긴 멍 때문에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학대 여부를 두고 전북교육청과 지자체 판단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전북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14일 오전 도내 모 초등학교 강당에서 이 학교 4~6학년 학생 16명이 스케이트보드 강습을 받았다. 이 중 4~5명이 쉬는 시간에 강당 단상에 앉아 장난을 치며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한 학생이 "선생님, 피곤하시죠? 어깨 주물러드릴게요"라며 함께 있던 6학년 교사 A씨 어깨를 주물러줬다. 이에 A교사도 반대편 옆에 앉은 4학년 B양 어깨를 주물렀다. A교사 뒤에 있던 학생들이 주먹 쥔 손으로 A교사 등을 두드려주면 A교사도 B양 등을 두드리는 식으로 안마는 2~3분간 이어졌다는 게 A교사 주장이다.

그러나 B양 부모는 "A교사가 딸 어깨를 너무 세게 주물러 멍이 생겼다"며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A교사는 경찰에서 "B양에게 멍이 들었다면 분명 사과할 일이 맞다"라면서도 "장난스럽게 주물러주던 기억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신고하기 전 알려줬다면 충분히 사과했을 텐데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학교 측은 A교사와 B양을 분리 조처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이 지난 24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정 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이 지난 24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정 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기차놀이처럼 토닥토닥 웃는 분위기" 반응도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교사가 작성한 진술서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단상에 쪼르륵 앉아 서로 안마를 해줬다" "기차놀이처럼 토닥토닥, 조물조물 장난치고 웃는 분위기" 등 내용이 담겼다. A교사는 사건 이후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지만, 수업은 계속하고 있다고 전북교사노조는 전했다.

일각에선 "같은 학교에 다니는 A교사 딸이 지난해 말 전학 온 B양 머리를 때린 사건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A교사는 진술서에서 "(지난해 일로) B양 어머니가 절 폭력적인 사람으로 오해해 아동학대 신고를 한 게 아닐까 혼란스럽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B양 어깨에 생긴 멍 자국. B양 부모 측은 "A교사가 딸이 원치 않았는데도 어깨를 세게 주물러 멍이 생겼다"며 "안마를 가장한 체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B양 부모]

초등학교 4학년 B양 어깨에 생긴 멍 자국. B양 부모 측은 "A교사가 딸이 원치 않았는데도 어깨를 세게 주물러 멍이 생겼다"며 "안마를 가장한 체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B양 부모]

학생 부모 "쌀쌀맞게 굴더니…안마 가장한 체벌" 

이에 대해 B양 측은 "멍이 생긴 건 실수가 아니다"며 "안마를 가장한 체벌"이라고 주장했다. 현직 교사인 B양 어머니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A교사 딸은 (지난해 12월) 제 딸 머리를 주먹으로 수십 대 때리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며 "저학년 학생을 상대로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할 수 없어 담임 교사에게 지도 요청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른 눈을 피한 장소에서 교묘히 괴롭힘이 어어져 딸은 일기에 '내가 사는 세상이 지옥'이라고 쓸 정도로 괴로움을 호소했다"며 "가해 학생 어머니인 A교사는 딸이 인사해도 받는 둥 마는 둥 쌀쌀맞게 굴었다"고 했다.

B양 어머니는 "사건 당일 A교사는 5·6학년 언니·오빠들이 서로 안마하는 광경을 신기해하며 구경하던 딸을 불러 아이가 원치 않았는데도 등과 허리를 세게 두드리고, 어깨도 두 차례 우악스럽게 쥐었다"며 "딸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파 뒤돌아봤지만 A교사는 이미 가버리고 없었다"고 했다. 이때 다른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며 안마를 했기 때문에 이를 몰랐고, B양은 마스크를 한 데다 너무 고통스러워 목소리가 안 나왔다는 게 B양 어머니 주장이다.

그는 "딸이 다른 교사에게 '보드 타다 넘어진 것보다 A교사에게 맞은 곳이 더 아프다'고 했지만, 농담인 줄 알고 웃어넘겼다"며 "딸이 '남의 눈을 피해 괴롭히는 건 엄마나 딸이 똑같다'며 학교 가기를 꺼리자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했다.

B양 측 신고로 조사에 착수한 전북교육인권센터는 A교사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 아동학대전담팀 통합사례회의에선 위원 5명 중 3명이 아동학대라고 판단했다. 앞서 정부는 2021년 지자체·경찰과 의사·변호사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군·구 통합사례회의'에서 아동학대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기관마다 판단이 엇갈려 A교사는 경찰 조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며 "잘못 설계된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때문에 교사는 불안한 직업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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