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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영훈의 과학 산책

미래세대가 원하는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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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 미국의 한 유명 대학을 방문한 적 있다. 태평양에 인접한 아름다운 캠퍼스를 이 대학에 근무하는 한 교수의 안내로 여유롭게 둘러보고 나서,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몇 명쯤 되느냐고 물었더니 매년 신입생 6000명 중 약 10%인 600명 정도가 수학을 선택한다고 해 깜짝 놀랐다. 서울대에서 수학 전공 학생을 매년 35명 내외로 뽑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왜 이리 많으냐고 했더니 뭘 선택할지 모르는 학생들은 일단 수학을 전공한다고 한다. 수학을 심도 있게 공부해두면 나중에 과학이나 공학 계열 전공뿐만 아니라 금융, 의학, 사회학, 경영학 등 수많은 방향 중 어떤 진로를 결정하건 반드시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 산책

과학 산책

2023년 새해 첫 연설에서 영국 총리 리시 수낵은 간명하게 수학 교육을 화두로 내걸었다. 수학 의무 교육을 강화하자는 내용인데, “수학은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능력과 변화하는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줄 것”이라며 국가 경쟁력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교육에 대해 언급했는데 “지역의 산업과 연계”하도록 지원하고, “미래세대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다양화”할 것을 제시했다. 추상적인 구호인지라 그 의미를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미래세대가 원하는 교육이란 무엇일까. 당장의 산업적 요구일까, 급변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일까.

인공지능·양자컴퓨터·반도체 등과 같은 첨단 분야는 수학과 기초과학을 뿌리로 둔 나무의 열매들이다. 뿌리에 양분이 충분히 주어지면 나무 전체가 건강해지고 열매는 당연히 풍성히 열린다. 반면 뿌리를 보지 않고 열매에 설탕물 주사를 놓는 데만 집중한다면, 당장 과일은 달콤해질 것이나 그 나무나 과수원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