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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소각로 갈등엔 ‘시멘트 소성로’가 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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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동찬 세종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전 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부장

김동찬 세종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전 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부장

아파트·상가·주택에서 배출되는 생활 폐기물은 종량제봉투·음식물쓰레기·재활용품 등으로 분류 배출되는데, 소각로에서 소각하는 대상 폐기물은 주로 종량제봉투 폐기물이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2021년에 개정돼 앞으로 소각이나 재활용하지 않고 직접 매립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수도권은 2026년부터,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소각 전 매립을 금지하고 소각 후 소각재를 매립하게 된다.

서울시의 소각 대상 폐기물은 하루 3200t가량 배출돼 소각장 네 곳(마포·강남·양천·노원)에서 2200t을 소각한다. 서울시가 기존 750t 규모의 소각로가 있는 마포구 상암동에 하루 1000t 규모의 소각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마포 소각로 건설에 주민 반발
소각로 필요 없는 소성로 주목
환경부가 주도적 역할 맡아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주민들의 반대 논리는 이렇다. 다이옥신의 경우 배출 허용 기준치(0.1ng/Sm3)보다 훨씬 적게 배출된다 하더라도 대형 소각로에서 연속적으로 배출되는 경우 시간 경과에 따라 많은 양이 축적될 수 있어 피해가 크다는 주장이다.

시멘트 제조 공장의 소성로(Rotarykiln)에 사용되는 연료는 1980년대 초까지 중유였으나 연료비 절감을 위해 유연탄으로 대체했다. 국내 시멘트 업체의 연간 생산량은 약 5000만t인데 시멘트 1t 생산에 유연탄 0.1t이 필요하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0.8t이 배출된다. 근래에는 유연탄 연료비 지출을 줄이고 가연성 폐기물 처리의 수단으로 폐타이어·폐합성수지·폐고무류·폐목재 등을 유연탄 보조 연료로 사용한다.

소성로의 특징은 내부 온도가 1500~2000℃로 고온이고, 소성로 길이는 70~100m다. 시멘트 원료 물질인 석회석·점토·규석·산화철의 내부 체류 시간은 30분 이상이다. 따라서 일반 보일러나 소각로보다 고온과 긴 체류 시간으로 인해 통타이어도 직접 연소할 수 있는 등 연소 조절 폭이 크다. 가연성 폐기물을 시멘트 제조 소성로에 넣어 유연탄과 혼합해 소각하면 기존 소각로보다 완전 연소가 가능하고 다이옥신 생성을 무시할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소각로의 경우는 소각재를 매립지로 보내 묻어야 한다. 반면 시멘트 소성로의 경우 연소재·무기물질·철분 등이 시멘트의 원료로 되기 때문에 별도의 소각재 처리 과정이 생략된다. 시멘트의 중금속 용출 시험에서도 큰 문제점이 없었다.

국내 시멘트 공장의 가연성 폐기물에 의한 유연탄 대체율은 다른 선진국보다 여전히 낮다. 2020년 기준 한국은 약 30%, 유럽연합(EU)은 평균 52%다.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는 70% 내외로 아주 높다. 시멘트 생산량이 많은 일본·미국·중국의 경우도 유연탄 대신 순환자원 재활용에 의한 온실가스 저감과 탄소 중립 차원에서 가연성 폐기물 활용률이 높아지는 경향이다.

한국의 경우 시멘트 공장 소성로에 유연탄과 폐합성수지 등 가연성 폐기물의 혼합연소는 대부분이 사업장 폐기물이 대상이다. 다만 강원도 삼척과 동해의 경우 종량제봉투 생활폐기물을 전처리(분쇄·선별)해 지역 시멘트 공장의 유연탄 대체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삼척과 동해의 경우 종량제봉투 폐기물을 전처리 시설에서 분쇄·선별하면 가연분이 약 90%, 불연분이 약 10%가 된다. 가연분은 시멘트 공장 소성로에서 연소하고, 불연분은 매립장에 매립하니 소각로 없이도 전량 처리하고 있다.

국내 시멘트 공장은 충북 제천·단양, 강원도 영월·삼척·동해에 집중돼 있다. 시멘트 공장의 가연성 폐기물 재활용에 의한 유연탄 대체율을 독일 등 EU 국가 수준, 즉 60% 정도만 유지해도 지금 서울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의 수배 이상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가연성 생활 폐기물을 시멘트 소성로의 유연탄 대체연료로 공급하기 위해선 배출 지자체와 시멘트 업체 등의 협의를 선행해야 하고 환경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멘트 소성로 유연탄을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하면 소각로 문제 해결과 기존 매립지 수명 연장, 에너지 다소비 산업체인 시멘트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발생원 저감, 탄소 중립 등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시멘트 업체의 유연탄 수입 대체로 연료비도 줄일 수 있다. 환경부가 앞장서야 상호 연결과 협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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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세종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전 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