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건은폐 잇따라/강도·성폭행 당한 여인에 돈주고 “없던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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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범죄와의 전쟁」 후 문책 우려
「범죄와의 전쟁」 후 문책을 두려워한 경찰관들이 관내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을 은폐하려한 사실이 잇따라 밝혀졌다.
▲22일 오전1시30분쯤 서울 신사동 모다방 내실에서 잠자던 다방 주인 이모씨(32·여)가 흉기를 들고 침입한 강도에게 13만원을 빼앗기고 성폭행을 당한뒤 곧바로 관할 서부경찰서 상신파출소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이 파출소의 정대진경장(45)과 김종순순경(32) 등 경찰관 2명은 이씨를 인근 병원으로 데려가 응급치료를 받게한 뒤 다방의 사건현장을 모두 치워버렸다는 것이다.
정경장은 다음날 아침 다시 이씨를 찾아가 『사건이 알려지면 서로 좋을게 없으니 없었던 일로 해두자』며 이씨에게 현금 15만원을 건네주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서울시경은 정경장·김순경과 파출소장 송기수경사(50) 등 3명을 모두 직위해제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강도 상해사건을 발생 10일이 지나도록 은폐,수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오전1시30분쯤 서울 신림5동 「공주 청과상회」(주인 박노원·53)에 10대 강도 2명이 침입,자전거를 훔치려다 주인 박씨에게 발각되자 둔기로 머리를 때리고 달아났으며 박씨는 6일만인 25일 숨졌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발생 직후 피해자 가족들에게 참고인 진술만 받았을뿐 현장검증 등 기본적인 수사도 하지않아 가족들이 박씨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29일 핏자국 20여개를 표시해 놓고 경찰에 범인을 잡아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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