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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코미디언 조롱받던 현대차 '쿨'해졌다…WSJ가 꼽은 성공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과거 촌스럽고 값싼 브랜드로 인식됐던 현대차·기아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실행력과 혁신적 디자인을 무기로 전기차(EV) 시장의 신흥 강자로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도전을 통한 신뢰’,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자"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도전을 통한 신뢰’,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자"고 말했다. [연합뉴스]

WSJ가 꼽은 현대차 성공 비결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현대는 어떻게 어떻게 쿨(cool)해졌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967년 창업부터 미국 시장 진출, 그리고 세계 3위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분석했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인 테슬라를 목표로 삼을 정도로 전기차 선도 기업 반열에 오른 사실을 집중 조명했다.

현대차의 위상이 높아진 배경에는 지난 2020년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은 정의선 2대 회장이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정의선 회장이 전기차뿐 아니라 비행자동차나 로봇 같은 혁신 기술들(moonshot technologies)에 대한 투자를 독려해왔다는 것이다.

WSJ는 전‧현직 임원 인터뷰를 인용해 현대차그룹이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군대 같은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실행이 빠르다고 분석했다. 정 회장이 부회장 시절인 2019년 닛산자동차에서 영입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논쟁은 없다”면서 “일단 (경영진의) 결정이 내려지면 실행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예컨대 코로나19 기간 중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겪었지만, 현대차는 발 빠르게 반도체 재고를 비축해 판매량을 늘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디자인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이상엽 현대차 부사장은 “10년 전만 해도 현대차의 디자인 전략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이제는 경쟁 업체보다 한발 앞서 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기아차 사장일 때 뉴비틀로 유명한 폭스바겐의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는데, 그는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장에 올랐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1986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의 신차들. [게티이미지]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1986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의 신차들. [게티이미지]

전기차 신흥 강자…아이오닉6 ‘올해의 차’

특히 WSJ는 정 회장이 전기차 분야를 주요한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봤다. 최근 현대차가 공개한 전기차 아이오닉6는 지난달 뉴욕 오토쇼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평론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1967년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현대차가 1980년대 엑셀을 내세워 미국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조악한 품질과 싼 가격으로 미국 코미디언들이 웃음거리로 삼았던 것과 확 달라진 변화다. WSJ는 현대차가 이제 멋진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을 갖춘 전기차를 만들어 테슬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쟁사들도 현대차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내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업체는 현대차‧기아와 중국 업체들, 테슬라”라며 “완전히 전기차에 대한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2021년 출시된 아이오닉5에 대해서는 “일부 소프트웨어 기능이 포드보다 낫다”고 추켜세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트윗에서 “현대차가 꽤 잘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6’의 실제 모습을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이벤트)를 통해 선보인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6’의 실제 모습을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이벤트)를 통해 선보인다. [사진 현대자동차]

전기차로 한정한 현대차 구매자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언급됐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구매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소득층의 연 수입은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 이상이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짚었다. 현대차는 대부분의 전기차를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에 지급되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WSJ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55억 달러(약 7조2100억원)를 들여 새로운 공장 단지를 건설 중이지만 이르면 내년 말에나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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