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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안 걸리는 케이블카…"스님 반대" 홍준표는 포기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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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조감도. [사진 원주지방환경청]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조감도. [사진 원주지방환경청]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빗장이 41년 만에 풀리면서 전국 여러 자치단체가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리산 등 전국 20여 곳에서 케이블카 설치가 논의 중인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설치를 놓고 찬반 갈등을 빚거나 아예 사업 중단을 선언한 곳도 있다.

경남 산청, 경남 함양, 전남 구례 등 지리산 권역 3개 지자체는 일제히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함양군 마천면 주민 100여 명은 지난 2일 ‘마천면 지리산 케이블카 유치위원회’를 발족했다. 유치위는 “케이블카 유치는 인구소멸위기에 놓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함양군도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한 세부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을 공식화한 건 산청군이다. 이승화 산청군수는 최근 “정부 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춰 지금이 사업추진에 적기”라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에 총력을 쏟겠다”라고 말했다. 산청군은 지리산 케이블카 담당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전남 구례군은 1990년부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시도해왔지만, 환경부 반려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북 문경새재 도립공원에서도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된다. 문경시는 주차장에서 주흘산 관봉까지 1.95㎞ 구간에 케이블카를 놓기 위한 설계 용역을 진행 중이다. 경북 영주시도 2029년까지 소백산 국립공원에, 대전시도 보문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2월 3일 오후 광주 동구 무등산국립공원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한 환경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3일 오후 광주 동구 무등산국립공원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한 환경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에서는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 범시민운동본부와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 등은 “국립공원이면서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인 무등산을 이젠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에 걸맞은 고부가가치로 활용할 때가 됐다”며 케이블카 건설을 촉구했다. 반면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등은 환경보존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 주장은 2006년 처음 나왔지만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다.

아예 포기한 곳도 있다. 대구시는 2027년까지 팔공산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와 관봉 서편, 팔공산 케이블카 정상∼낙타봉, 비슬산 자연휴양림∼대견봉 등 3개 구간에 케이블카 설치를 구상했다. 하지만 홍준표 시장은 최근 자신의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에 “케이블카는 은해사 스님들이 반대해서 안 하기로 했다”며 사업 중단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8월 대한불교조계종 10교구 본사인 은해사와 선본사 등 불교계가 성명서를 내 “케이블카 설치로 팔공산과 갓바위(보물 제431호) 부처님을 파괴하는 건 근시안적이다”며 “강력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팔공산은 이달 안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될 전망이다. 팔공산에는 국보 2점, 보물 25점 등이 있다.

대구경북 명산인 팔공산에 위치한 갓바위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 팔공산 케이블카 설치는 종교계와 환경단체 반대로 무산됐다. 뉴스1

대구경북 명산인 팔공산에 위치한 갓바위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 팔공산 케이블카 설치는 종교계와 환경단체 반대로 무산됐다. 뉴스1

한편 환경부는 지난 2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와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서 직선거리로 1.4㎞ 떨어진 ‘끝청’을 오가는 연장 3.3㎞ 케이블카를 놓는 게 핵심이다. 이 사업은 1982년부터 41년 동안 추진돼왔다. 이 사업은 현재 산림 식생 등을 파악하는 산지 전용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인허가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올해 안에 착공, 2026년 완공이 목표다. 다만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가 “문화재와 사찰 보호”를 주장하며 환경단체와 함께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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