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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빼면 먹구름' 수출 8개월 연속 역성장 눈앞…적자 43억 달러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일 수출입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을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수출입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을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들어 수출이 16% 넘게 줄면서 8개월 연속 역성장을 눈앞에 뒀다. 승용차를 제외한 주요 품목·국가별 수출이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다. 무역적자도 43억 달러 늘었지만, 그나마 수입이 감소하면서 적자가 더 확대되는 걸 막았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5월 1~20일 수출액은 32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했다. 수입액은 367억 달러로 같은 기간 15.3% 줄었다. 조업일수(지난해 15일, 올해 14.5일)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3.2% 감소했다.

수출·수입이 모두 줄어든 가운데 20일간 무역수지 적자는 43억 달러 쌓였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95억5000만 달러로 집계되면서 300억 달러 선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던 지난해(-477억8000만 달러)의 62% 수준이다. 이대로 월말까지 가면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꽁꽁 언 수출 전선은 이달 들어서도 풀리지 않았다. '1위 시장' 반도체·중국을 중심으로 계속 흔들리는 양상이다. 두 자릿수 감소율로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뒷걸음질이 유력해졌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품목·국가별 수출 통계 전반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10대 수출 제품 중에선 승용차(54.7%)만 유일하게 1년 전보다 수출이 늘면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 반면 반도체(-35.5%)·석유제품(-33%) 등 나머지 품목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 수출은 수요 부진, 메모리 단가 하락 등의 여파로 10개월째 역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 수출 대상국 상황도 비슷했다. 중국(-23.4%)·베트남(-15.7%)을 비롯해 10곳 모두 전년 대비 수출이 줄었다. 그나마 호조세를 보였던 미국(-2%)이나 유럽연합(EU·-1.1%) 등도 마이너스의 늪에 빠졌다. 대(對) 중국 수출은 세계 경기 회복 지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미진 등으로 12개월 연속 감소를 앞뒀다.

이달 들어 무역적자 규모는 올 들어 가장 적었던 4월(-26억5000만 달러)보다 다시 늘었다. 다만 수입이 1년 전보다 15% 넘게 줄어든 덕에 적자 폭을 줄여줬다. 수입은 앞선 3월(-6.4%)·4월(-13.3%)보다 내림 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 등으로 원유(-21.2%)·가스(-14.3%)·석탄(-41.1%)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이 모두 크게 줄었다.

2분기를 지나는 무역 상황이 녹록지 않으면서 '상저하고' 수출 전망을 내세운 정부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실제로 이달 20일까지 수출 감소율은 3월(-13.8%)·4월(-14.3%)과 비교해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세로 앞으로 수입 감소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가장 중요한 수출 회복이 지연되면 연간 무역수지 반등은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현재 수출은 최악의 상황을 지나는 국면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수입액이 계속 줄어드는 만큼 대중 수출이 언제 회복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오는 8~9월께 (무역수지) 흑자 전환을 전망하는데 변수가 많아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늦어도 9월 정도엔 월간 흑자가 예상된다. 하반기엔 주력 산업 대부분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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