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은 물 콸콸…영화 '로마의 휴일' 그 분수, 먹물테러 당했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탈리아 로마의 유명 관광지 트레비 분수가 ‘먹물 테러’를 당했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마지막 세대)의 활동가 7명이 이날 트레비 분수에 뛰어들어 숯을 희석한 식물성 먹물을 콸콸 쏟아부었다. 이어 “우리는 화석(연료)에 돈을 내지 않겠다”고 적힌 팻말을 든 채 “이탈리아가 죽어가고 있다”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행동을 본 로마 시민과 관광객 중 일부는 욕설과 야유를 보냈다. 이탈리아 경찰은 물 속으로 뛰어들어 이들을 끌어냈고 시위 물품을 압수했다.

2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화석연료 반대 시위에서 한 기후활동가가 검게 물든 트레비 분수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화석연료 반대 시위에서 한 기후활동가가 검게 물든 트레비 분수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성명을 통해 “이탈리아 정부는 화석 연료에 대한 공공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최근 이탈리아 북부 지역인 에밀리아 로마냐주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홍수를 언급하며 “이번 홍수를 계기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트레비 분수 먹물 테러) 시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6~17일 이틀간 에밀리아 로마냐주에는 200∼5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며 10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14명이 사망하고 3만6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기후활동가들이 트레비 분수에 식물성 먹물을 부은 뒤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기후활동가들이 트레비 분수에 식물성 먹물을 부은 뒤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AFP=연합뉴스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이달 초 로마의 유명 관광지인 나보나 광장의 피우미 분수에도 식물성 먹물을 투척한 뒤 “우리의 미래는 이 물처럼 어둡다”고 외쳤다. 지난달엔 로마 스페인광장의 바르카치아 분수를 검게 물들인 바 있다. 지난 4일 로마 중심가에서 “화석 연료 중단”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반나체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인 것도 이 단체였다.

이탈리아 당국은 잇단 과격 시위에 강경 대응 방침을 선언하고, 문화유산·예술품을 훼손·파손할 경우 최대 6만 유로(약 8600만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한 상태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의 시위 방식에 대해 “우리의 예술적 유산에 대한 터무니없는 공격을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시위에 사용된 식물성 먹물이 분수에 해를 끼치지 않을 거란 울티마 제나라치오네의 주장에 대해선 “30만L의 물을 버려야 한다”면서 “시간과 노력, 물이 낭비된다”고 반박했다.

로마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투척한 시민 활동가들이 경찰에 의해 분수에서 끌려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로마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투척한 시민 활동가들이 경찰에 의해 분수에서 끌려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먹물 테러를 당한 트레비 분수는 이탈리아 건축가 니콜라 살비에 의해 1762년 완성됐다.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꼽히는 로마의 명소로,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영화 ‘로마의 휴일’(1953)과 ‘달콤한 인생’(1960)에 등장한 장소이자, 이곳에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로 돌아올 수 있거나 연인과 맺어진다는 속설 등으로 유명하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