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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하지도, 받지도 말아야"…中 견제 쿼드 정상회의

중앙일보

입력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일본 히로시마에서 20일 열렸다. 쿼드 4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지배하는 국가도, 지배받는 국가도 없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추구한다”면서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견제 의지를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태동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쿼드 정상회의를 가졌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태동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쿼드 정상회의를 가졌다. EPA=연합뉴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파이낸셜타임스(FT)·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밤 쿼드에 소속된 4개국 정상들은 47분여 동안 진행된 회담 직후 성명을 발표하며 “힘이나 강압으로 현 상태를 바꾸려는 불안정하거나 일방적인 행동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힌두스탄타임스는 “4명의 정상 모두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권위주의적인 베이징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 네 정상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닛케이는 FOIP에 대해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해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목표로 하는 개념으로, 2016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처음 내세웠다”고 전했다. 현재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마련한 외교 전략을 의미한다.

네 정상은 “안정적이고 번영하며 포용적인 FOIP 비전을 명확히 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이 직면한 과제를 해결한다는 결의를 유지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협박과 강요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알자지라 등 외신은 ‘협박과 강요’의 주체를 중국으로 풀이하며 “쿼드 그룹의 지도자들이 히로시마에서 베이징에 비난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안보 환경이 엄중해졌고, 법치주의에 기초한 국제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쿼드는 자유롭고 열린, 안전하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구상을 추진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며, 중국이 불안정을 조장해선 안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각국 정상들은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국제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규탄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이행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미얀마 군정의 인권 탄압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포괄적이고 공정하며 지속적인 평화를 지지한다”고 결의했다. 다만 현재 쿼드의 일원인 인도는 러시아와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에 있어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일본·호주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AP=연합뉴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AP=연합뉴스

쿼드 정상들은 경제협력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양자학 등 핵심기술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을 연결하는 ‘쿼드 투자자 네트워크’(QUIN)를 출범하고, 핵심·신흥 기술 표준 개발과 관련한 쿼드의 원칙을 발표했다.

태평양 도서국인 팔라우에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 통신망을 구축하고 인도·태평양의 해저 케이블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의 통신·해저 케이블 업체에 의존할 경우 안보에 중요한 기밀 등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한편 쿼드 정상회의는 오는 24일 호주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부채 한도 문제 때문에 호주 방문을 취소하면서 장소와 일정이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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