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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계열사 "분할 전 벌점 제재 부당" 소송냈지만…대법 "벌점도 승계"

중앙일보

입력

한화시스템. 사진 홈페이지 캡쳐

한화시스템. 사진 홈페이지 캡쳐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이 전신인 ‘한화 S&C’ 시절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는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사실상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한화시스템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던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원심 판단에 하도급법상 벌점의 승계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다.

한화그룹에 정보기술(IT) 서비스를 공급하는 계열사인 한화 S&C(이하 ‘구 한화 S&C’)는 2017년 10월 정보통신시스템 구축·운영 등 사업을 한화 S&C(신설법인, 이하 ‘신 한화 S&C’)에, 나머지 사업 부분을 ‘에이치솔루션’(존속법인)에 넘기고 물적 분할(신설법인의 주식 100%를 존속법인이 가지는 기업분할 방식)했다. 이후 한화 그룹의 방위산업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은 2018년 8월 신 한화 S&C를 흡수합병했다.

하도급법 위반으로 벌점…공정위, 영업정지 요청 결정

 문제는 구 한화 S&C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2회, 경고 1회, 과징금 부과를 3회 받아 벌점 11.75점이 쌓였다는 점이었다. 하도급법에 따라 공정위에서 3년간 쌓인 벌점이 5점이 넘으면 공정위가 관계기관에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10점이 넘으면 영업 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공정위는 2019년 실제로 한화시스템을 대상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영업 정지를 관계 기관들에 요청했고, 한화시스템은 “벌점은 승계되지 않는다”며 공정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위 처분 불복 사건을 전속 관할하는 서울고법은 1심에서 한화시스템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은 “벌점 부과는 입찰참가자격제한 등 요청 결정의 일부 요건인 법위반행위와 시정조치 사실이 존재한다고 확인하는 공정위의 내부 행위에 불과하다. 그 자체로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신 한화 S&C를 합병한 한화시스템에게 승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현행법은 회사 분할 당시 기존 회사에 있던 권리와 의무만 신설·존속회사가 승계하도록 하고 있는데, 벌점 부과 행위는 승계되지 않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본 거다.

원심은 그러면서 “공정위 결정의 처분 사유인 법위반행위를 한 사업자는 한화시스템이 아니라 아니라 구 한화 S&C이고 분할 이후의 존속법인은 에이치솔루션”이라며 “회사합병의 경우와 달리 분할 전 회사와 분할신설회사의 법인격이 동일성을 유지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화 S&C 부과 벌점, 한화시스템에 승계”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하지만 대법원은 하도급법상 공정위 벌점 부과 기준이 명확히 나와 있고, 일정 기준 초과 시 공정위가 관계기관에 처분 요청을 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벌점 부과 행위가) 공법상 지위 내지 의무·책임이 구체화된 경우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정 기준 이상 벌점을 받으면서 승계할 권리·의무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가 벌점을 부과했던 구 한화 S&C의 사업 부문이 결과적으로 한화시스템에 흡수됐으므로, 벌점도 한화시스템으로 승계되는 것이 맞다고 봤다.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구 한화 S&C의 5개 사업 부문 중 ‘신사업투자 및 일반지분투자’를 제외한 나머지 전 사업 부문은 신 한화 S&C로 이전됐다.

대법원은 “공정위가 구 한화 S&C에 대해 한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부과와 관련된 사업 부문은 모두 한화시스템에 승계된 사업 부문이다. 구 한화 S&C에 부과된 벌점은 분할되는 회사의 공법상 의무 또는 관련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사실관계에 해당하므로, 신 한화 S&C에 귀속된 후 이를 흡수합병한 한화시스템에 승계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해당 처분은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부과의 대상이 된 사업 부문과 분리해 따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특히 한화 S&C가 2017년 7월 7.5점의 벌점을 한꺼번에 받은 뒤 두 달만에 상호변경부터 분할신설회사 설립등기까지 모두 마쳤다는 점을 들며 “회사분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사업 부문을 승계한 분할신설회사에 대하여 후속 처분을 할 수 없다면, 기존에 부과 받은 벌점 및 후속 처분을 무력화할 여지가 있어 벌점 부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한화시스템이 공정위를 상대로 벌점 부과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은 지난 1월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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