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방사선 전문가 21명, 오염수 정화 직접 점검한다

‘후쿠시마 시찰단’ 21일 방일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 파견 계획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국희 시찰단장. [뉴시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처리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정부가 21명의 안전 규제 전문가를 일본에 파견한다.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시찰단의 단장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맡는다. 시찰단 단원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원전·방사선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한 명이 포함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 중 일본 현지를 직접 확인하는 시찰단 파견은 한국이 처음이다. 정부는 시찰단 외에도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10명 내외의 자문 그룹을 별도로 구성해 국내에서 시찰 결과를 교차 검증할 예정이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며 “시찰 활동을 통해 일본의 오염수 정화·방류 시설 전반의 운영 상황과 방사성 물질 분석 역량 등을 직접 확인하고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더 필요한 조치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찰 과정에는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을 정화하는 핵심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설치 상태와 성능 점검도 포함됐다. 박 차장은 브리핑에서 “ALPS에서 처리된 오염수의 농도 분석 결과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시찰단 구성원과 자문 그룹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활동 과정에서 신상 공격 등 과도한 압박이 있을까 우려했다”며 “국회 협의 등의 과정에서 추가로 설명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출국을 제외한 실질적인 시찰은 22~25일 나흘간 이뤄진다. 애초 이틀 일정이었지만 양국의 마라톤 협의 끝에 나흘로 늘어났다.

시찰단은 22일엔 도쿄전력과 경산성,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관계기관을 찾아 질의응답을 하고 23~24일엔 이틀간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관리 실태를 확인한다. 25일엔 현장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 측과 심층 기술 회의를 진행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시찰단엔 통역사가 네 명이나 동행한다”며 “협의 과정에서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한 정부의 의지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시찰에는 야당이 제기한 오염수 시료 채취를 통한 별도 검증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국희 시찰단장은 “IAEA가 진행 중인 오염수 처리 검증을 교차 분석하는 국가 중 한국의 KINS가 들어가 있으며 이미 교차 분석을 위해 시료를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2일과 17일 일본과의 협상을 통해 우리 요구를 대부분 관철했다는 입장이다. 기존 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 과정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 차장도 “일본은 방사선 피폭 우려가 있는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우리 측 요구를 거의 다 수용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애초 일본은 버스를 타고 현장 시설을 둘러보는 시찰을 제의했다”며 “이에 전문가들이 관련 시설을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결국 일본 정부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시찰단 파견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 시찰단 파견에 대해 “국민은 고교 수학여행만큼도 준비 안 하는 것 아니냐고 한탄한다”며 “일본 눈치만 살피고 검증 시늉만 하다가 우리 또한 오염수 테러, 방사능 테러의 공범이란 지적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