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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간판교체’ 꺼내든 김병준…“쇄신안에 쇄신없다” 비판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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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18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경련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18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경련

“전경련을 쇄신하겠다”고 선언한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의 선택은 간판 교체였다. 1961년 창립해 지난 62년간 경제단체의 ‘맏형’ 역할을 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라는 이름은 이제 사라지게 됐다. 대신 ‘한국경제인협회’로 새 출발 한다. 김병준 회장대행은 “경실제민(經實濟民) 철학에 입각해 국가에 도움이 되고 국민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한국경제연구소(한경연) 흡수 통합해 싱크탱크 기능 강화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신산업 분야와 젊은 기업인 중심의 회장단 확대 ▶위원회 활성화 등이다. 김 회장대행은 “그동안 정부 관계에 치중하는 가운데 역사의 흐름을 놓쳤던 부분을 통렬히 반성한다”라며 “전경련이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 방향을 정했다”고 말했다.

2017년에도 명칭 변경 논의하다 중단 

전경련의 새 이름인 한국경제인협회는 1961년 설립 당시 사용했던 명칭이다. 처음엔 13명의 회원이 ‘경제촉진회의’라는 이름으로 창립해 곧바로 한경협으로 변경했다. 이후 1968년 회원사가 160여 개로 늘어나고, 활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는 의미를 담아 전경련으로 바꾼 것이다.

명칭 변경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후 2017년에도 전경련은 쇄신안 중 하나로 ‘한국기업연합회’로 명칭 변경을 시도했다. 당시엔 “보다 내실 있게 혁신을 추진하는 게 낫겠다”는 견해가 우세하며 논의가 중단됐다. 김 회장대행은 “이름을 바꾸는 게 중요하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회장단에서 최종 의견을 모았다”며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문 명칭(FKI)과 로고는 기존의 것을 사용한다.

이번 혁신안에는 조직 변화에 대한 구상도 담겼다. 산하 조직인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변신한다. 기존에는 이슈에 대응하는 식의 연구를 진행했지만, 앞으론 선제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정책 개발과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업종 이슈별 위원회를 구성해 기업의 참여를 활성화한다. 정책 건의도 위원회 중심으로 진행한다. 회원사에 대한 물질적·비물질적 부담을 심의하는 윤리경영위원회도 설치한다. 김 회장대행은 “미국 방문 때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미국 재계가 산업별 위원회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리위원회는 옳은 일에 옳은 주장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구성해 회장과 사무국의 독단적 결정을 제어하게 할 것”이라며 “과거 미르재단 지원과 같은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4대 그룹 복귀, 힘 있는 회장 추대 ‘감감’

현재 11명인 회장단도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 흐름이 바뀌고 기업인도 젊어진 만큼 시대 흐름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김 회장대행은 “포털(네이버·카카오) 같은 신생 대기업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젊은 층을 많이 끌어들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대 과제로 꼽히는 4대 그룹의 재가입과 차기 회장 선임과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나 방향 제시가 없었다. 2016년 LG를 시작으로 현대차, 삼성, SK등 4대 그룹은 모두 전경련을 탈퇴한 상태다. 김 회장대행은 “자유시장경제를 단단히 하는 기구로 거듭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재가입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실무자 중심으로 소통하고 있고,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4대 그룹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회장 선임에 관해서는 “전경련 모습이 바뀔 때 모셔야 하기에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답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 회장대행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임기 기한은 6개월이다.

울 여의도 전경련 빌딩 앞 모습.

울 여의도 전경련 빌딩 앞 모습.

“형식적인 모범 답안 같다” 비판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이런 전경련 쇄신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며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겠다고 말하지만 지금 같은 명칭 변경은 오히려 권력에 예속됐다는 이미지를 준다”며 “쇄신안도 너무 형식적인 모범 답안 같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단순히 명칭만 바꾸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라며 “혁신의 주체는 기업이 돼야 하는데 기업인이 아닌 외부인이 혁신을 지휘하는 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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