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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건 들통, 대형화되는 마약밀수…1~4월 적발량 '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서울세관에서 세관 관계자가 비누 등 마약 밀수 적발 도구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18일 서울세관에서 세관 관계자가 비누 등 마약 밀수 적발 도구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출발해 김해공항으로 들어온 한 여행자가 세관 직원에게 붙잡혔다. 필로폰 7434g을 배와 허벅지 등에 테이프로 감아서 숨겼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4월 인천공항에선 미국발 특송 화물로 들어온 유아용 카시트를 뜯어봤더니 필로폰 361.2g이 나왔다. 국제우편으로 들어온 자동차 부품·캔디, 비누로 위장한 특송화물 등에서도 필로폰이 적발되고 있다.

마약 범죄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해외에서의 마약 밀수 시도도 점차 대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4월 적발량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관세 당국은 마약을 선제 차단하기 위해 통관검사, 국내·외 공조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1~4월 단속으로 적발된 마약 밀수 건수는 205건, 적발 중량은 213㎏이다. 전년 동기 대비 건수는 18% 줄었지만, 중량은 32% 늘었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최근 하루 평균 2건의 마약 밀수 시도가 적발되고 있는데, 필로폰 기준으론 6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서울세관에서 한 관계자가 카시트에 숨겨 마약을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를 재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세관에서 한 관계자가 카시트에 숨겨 마약을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를 재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간 적발 중량은 사상 최대치로 집계됐다. 국내 마약 수요 급증,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에 따른 단속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 마약 가격도 해외에서의 밀수 시도를 부추긴다. 지난해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한국 내 필로폰 1g당 거래가격은 450달러로 미국(44달러), 태국(13달러)의 수십 배 수준이다.

실제로 마약 밀수를 한 번에 대량으로 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지난해 1~4월 645g이던 건당 적발 중량은 올해 1~4월 1039g으로 62% 늘었다. 1㎏ 이상의 필로폰이 적발된 건수도 같은 기간 18건에서 20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자가소비 목적의 10g 미만 소량 밀수는 지난해 1~4월 52건 적발에서 올 1~4월 28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밀수 경로는 다양하다. 국제우편이 54%(중량 기준)로 가장 많고, 항공 여행자(22%)와 특송 화물(20%)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코로나19팬데믹(대유행)이 끝을 향해 가면서 지난해부터 재개된 여행자 이용 밀수 시도가 크게 늘고 있다. 항공 여행자의 마약 적발 중량은 1년 새 3㎏에서 48㎏으로 1320% 뛰었다.

적발된 마약은 필로폰(40.8%·중량 기준), 신종 마약(36.6%), 대마(22.1%) 등이 많았다. 주요 마약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적발량이 늘었다. 특히 신종 마약 중에서 젊은 층 중심으로 수요가 많은 '클럽용 마약'(MDMA·케타민), 외국인 노동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큰 합성 대마의 밀수량이 수백% 수준으로 늘었다.

국가별로는 태국(29%)과 미국(23%)에서의 밀수 시도가 가장 많았다.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발(發) 적발이 두드러지게 늘긴 했지만, 마약이 출발한 지역은 전 대륙을 망라한다. 유럽에선 MDMA, 미국·캐나다에선 대마, 베트남에선 합성 대마, 동남아 지역에선 필로폰이 주로 들어오는 식이다.

윤태식 관세청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열린 2023 전국세관 마약조사관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윤태식 관세청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열린 2023 전국세관 마약조사관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따라 관세청은 18일 서울세관에서 전국 세관 마약조사관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밀수 경로별 통관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외 기관들과의 공조를 긴밀히 하고 단속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달에 우정사업본부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국제우편 세관검사장 신설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엔 국제우편 X선 검사 시 X선 영상 정보와 국제우편물 정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판독시스템을 도입한다. 마약 밀수가 잦은 국가에서 들어오는 항공편에 대한 일제검사 확대, 해외 여행객 집중 시기 특별단속 등에도 나선다.

또한 태국과 손잡고 두 번째 마약밀수 합동단속(사이렌Ⅱ)에 나서고, 하반기 중엔 유럽·동남아 주요국과도 새로 합동단속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 세관의 마약 전담 조직·인력도 꾸준히 키운다는 목표다. 윤 청장은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 대부분이 해외에서 밀반입되고 있다. 국경 단계에서 마약을 놓치면 국내 유통 단계에선 10~20배의 노력으로도 적발이 어렵다"면서 마약 차단 총력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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