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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담론, 안철수 실생활, 이준석 현안…3인3색 강연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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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연정치’에 나서고 있는 국민의힘의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왼쪽부터). 연합뉴스

최근 ‘강연정치’에 나서고 있는 국민의힘의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왼쪽부터). 연합뉴스

여권의 중량감 있는 비윤계 인사들이 ‘강연 정치’를 통해 외연을 넓히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5일 광주 전남대에서 ‘위기의 나라, 청년의 미래’라는 주제로 대학생 50여명에게 강연했다. 유 전 의원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중부담 중복지’로 개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 출신으로 여권 내 손꼽히는 경제 전문가인 유 전 의원이 자신의 복지 철학을 호남 청년에게 설파한 셈이다.

그는 강연 직전에는 광주 북구의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그리고는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정신 헌법 수록 반대’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으로서 꼭 사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43주년 5·18민주화운동을 사흘 앞둔 1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넋을 기리고 있다. 뉴스1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43주년 5·18민주화운동을 사흘 앞둔 1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넋을 기리고 있다. 뉴스1

유 전 의원은 지난 1월 당 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주로 라디오나 방송에 출연해왔다. 최근 들어선 현장을 찾아 강연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 3월 평택 국제대학교에서 양극화 문제를 주제로 강연한 그는 오는 24일에는 같은 주제로 연세대에서 강연한다. 친유승민계의 한 의원은 “담론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지난 4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지난 4월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3·8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와 경쟁한 안철수 의원도 지난 7일 지역구(경기 성남 분당갑)가 있는 분당 서현초등학교에서 ‘공부의 신’ 강성태 대표와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챗GPT 시대 우리 아이 잘 가르치는 법’이라는 주제였는데, 30·40대 학부모 500여명이 참석했다.

안 의원은 “서점에서 아이에게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고르게 하면 그 책을 꼭 읽는 습관을 지니게 할 수 있다”며 “독서법을 익히게 하고 싶으면 처음에는 만화책도 괜찮다”고 말했다. 정치 이슈를 언급하기보단,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는 방식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7일 성남시 분당구 서현초등학교를 찾아 ‘챗GPT 시대 우리 아이 잘 가르치는 법’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7일 성남시 분당구 서현초등학교를 찾아 ‘챗GPT 시대 우리 아이 잘 가르치는 법’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안 의원은 2012년 정치 입문 전 청년층과의 ‘청춘콘서트’로 인기를 끌었는데 정치권에서는 “최근 ‘청춘콘서트 시즌2’를 재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안 의원은 24일에는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김병지 전 축구선수와 건강을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연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피부에 와 닿는 강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 안 의원의 생각”이라며 “6월까지 다양한 주제로 강연할 것”이라고 했다.

전남 순천에 머물며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최근 자주 상경한다. 그는 지난 1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대한민국 정치와 정치개혁,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주제로 열린 초청 강연에서 “당이 호남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는 붕 뜬 이야기를 하지 말고 구체적인 것을 찾아 공략해야 한다”며 “지난해에는 호남의 젊은 세대가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등 새로운 주제에 관심을 가져 지지가 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지난 대선 때 내세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거론하며 당에 훈수를 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신의 차기 총선 출마 여부를 묻자 이 전 대표는 “고민을 많이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나가면 당선돼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26일 국민대에서도 강연에 나선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한번 강의를 하면 학생 500여명 정도가 들을 정도”라며 “정치 현안을 강연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들이 강연 정치에 무게를 싣는 것은 친윤계가 장악한 당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목소리를 낼만 한 정치적 공간이 드물어 외부 강연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라며 “강연을 통한 쓴소리로 친윤계와 차별화를 모색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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