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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565만원 투자, 거래수수료가 55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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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런던거래소에 상장된 해외 주식을 거래하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A증권사를 통해 10영업일간 565만원 상당의 해외주식을 샀다가 320만원어치를 되팔았다. 이른바 ‘단타’를 친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이후 증권사에서 제공한 최종 거래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불과 몇백만원을 사고팔았을 뿐인데, 거래 수수료만 전체 투자금의 10%에 달하는 55만원이 나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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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해외투자가 유행하면서 외화증권 거래금액은 2019년(1712억 달러) 대비 지난해(3755억 달러) 약 2배 이상 성장했다고 17일 밝혔다. 하지만 해외주식이 국내와 다른 거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모르고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김씨 사례처럼, 해외주식의 높은 수수료가 자주 문제가 됐다. 하지만 수수료 규정을 증권사가 사전에 고지했다면, 문제가 없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김씨에게 높은 수수료가 부과된 것은 해외 거래 시 일반적으로 부과되는 ‘최소 수수료’ 때문이다. 해외주식 거래는 국내주식보다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가 높다. 해외 거래를 위해 현지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줘야 할 뿐만 아니라, 시세 이용료, 주식 보관비용 등이 추가로 더 발생해서다. 또 환전 수수료와 기타 거래세 등도 지불해야 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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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거래 시 수량·금액에 상관없이 거래 한 건당 부과하는 최소 수수료 규정을 일반적으로 두고 있다. 거래가 많은 미국 주식을 사고팔 때는 최소 수수료를 면제하는 경우가 있지만, 영국 주식은 최소 수수료를 부과한다. 실제 해당 증권사는 거래 한 건당 최소 수수료를 25파운드(약 4만2000원) 걷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런 최소 수수료 규정이 있는 해외주식은 소액 단타 매매를 하면, 번 돈보다 수수료를 더 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수료뿐 아니라, 거래 방식의 차이를 몰라 손해를 보는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김모씨는 B증권을 통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해외주식을 시장가로 매도 주문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거래가 멈춰 체결되지 않았다가, 이후 김씨가 접수한 최초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려 손해를 봤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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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도 자신의 피해를 보상해 달라며,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김씨가 ‘트레이드 홀트(Trade Halt)’를 몰라 손해를 본 것으로 결론 내렸다. 트레이드 홀트란 특별한 이슈나 또 다른 이유로 주가 등락 폭이 클 때, 거래를 5분간 정지하는 제도다. 김씨의 주식은 이 트레이드 홀트로 거래가 일시 정지됐다가, 이후 풀리면서 처음 시장가보다 낮아진 가격에 팔렸다. 김씨처럼 해외주식 거래 시 특정 가격 이하로 팔지 않으려면, 시장가 매도보다는 지정가 매도를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해외주식의 권리내역이 국내 증권사에 뒤늦게 반영되면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주식배당·주식분할·주식병합 등이 발생하면, 해외 거래소에서 이것이 적용돼도 국내 증권사에는 더 늦게 반영될 수 있다.

전모씨가 보유하던 ‘3배 ETF인버스’ 상품도 지난 17일 1500:1로 병합됐다. 현지 거래소에서는 병합 내용이 바로 반영돼 거래가 가능했다. 하지만 전씨가 이용하던 국내 증권사는 이 상품을 17일부터 26일까지 거래정지로 지정했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팔 기회를 놓친 전씨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소용없었다. 현지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더라도 국내 증권사에서 권리 내용을 반영할 때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해외주식 투자 시 거래 수수료는 증권사별·국가별로 상이할 수 있고, 결제지연 등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약관에 기재된 위험성과 증권사 책임 범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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