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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멕시코계 한국인" 사칭…나이지리아인에 1억 뜯긴 여성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용한 사진으로 멕시코계 한국인 행세를 해 여성들에게 금전을 편취한 나이지리아 국적 남성 4명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5일과 지난 10일 나이지리아 국적의 30대 남성 2명을 사기 혐의로 각각 별건으로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과 20일에는 서울 성동경찰서도 나이지리아 국적 남성 2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로맨스 스캠’으로 편취한 범죄수익금을 한국에서 인출해 공범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 남대문 경찰서. 신인섭 기자

서울 남대문 경찰서. 신인섭 기자

 지난달 구속된 30대 남성 A씨 일당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며 접근해 약 1억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구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하며 “멕시코계 한국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와 수 주간 대화를 이어가며 신뢰 관계를 쌓은 뒤 “이탈리아 여행 중 강도를 당해 지갑과 현금 등을 잃어버렸다. 대신 계좌를 개설해 돈을 빌려주면 한국에 입국해 갚겠다”고 이야기해 피해자를 해외은행 관계자를 사칭한 공범에게 연결했다. 이들은 계좌개설 비용, OTP 발급비용, 코드발급 비용 등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며 “빨리 송금하지 않으면 코드가 닫힌다”고 재촉해 대포통장으로 돈을 받아냈다. 경찰은 나이지리아에서 주범이 피해자를 물색해 채팅을 이어가면 또다른 공범이 송금을 유도하고, 이 돈이 한국에 있는 인출책·송금책을 거쳐 다시 나이지리아로 돌아오는 구조로 범죄가 이뤄졌을 걸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부정계좌 등록을 해둔 입금 계좌로부터 경기 동두천시의 한 현금인출기에서 돈이 빠져나간 걸 확인한 후, CCTV를 분석해 A씨의 주거지를 특정해 잠복수사 끝에 A씨를 검거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별건으로 서초구 인근에서 범죄수익금 700여만원을 인출한 B씨도 붙잡았다. 성동경찰서가 검거한 2명은 각각 약 1억원, 1800만원을 인출하다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이들이 인출한 현금을 다른 공범이 넘겨받아 나이지리아에 있는 총책에게 송금했을 거로 보고 있다.

이들은 검거 직후 혐의를 부인하다가 “친구 부탁이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고 한다. 또 출금 후 공범에게 현금을 전달한 시간과 장소에 대해서도 수차례 진술을 바꾸고, 휴대폰을 여러 대 소지하고 범행 시 입고 있던 옷을 폐기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모두 변호사를 선임하고 일관적으로 공범에 대한 진술을 거부해온 데 비춰볼 때 이들이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조직을 이루고 있을 거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입출금 내역 등으로 바춰봤을 때 다른 피해자들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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