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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65년만에 블라디보스토크港 확보…北 나진항 대안 찾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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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극동 관문인 블라디보스토크항 전경. 기차 철로가 연결된 항만에서 하역 작업이 한창이다. 중앙포토

러시아의 극동 관문인 블라디보스토크항 전경. 기차 철로가 연결된 항만에서 하역 작업이 한창이다. 중앙포토

바다와 접한 항구가 없어 물류난에 시달리던 중국 동북의 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성. 이들 두 성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오는 6월 1일부터 중국 국내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15일 홍콩 명보가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1858년 청조(淸朝)와 러시아 차르 왕조 간의 불평등 조약인 아이훈 조약으로 빼앗겼던 블라디보스토크(중국명 하이선웨이[海參崴·해참위]) 항구의 사용권을 중국이 165년 만에 되찾은 셈이다. 이로써 중국 지린성의 창춘(長春)~지린~투먼(圖們)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長吉圖) 벨트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로 사용할 수 없게 된 북한 나진항의 대안을 찾으면서 ‘차항출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를 달성함과 동시에 극동지방에서의 중·러 밀착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이 오는 6월 1일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구를 중국 자국의 환적항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해관총서 홈페이지 캡쳐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이 오는 6월 1일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구를 중국 자국의 환적항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해관총서 홈페이지 캡쳐

앞서 지난 4일 중국 해관총서는 2023년 44호 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동북 노후 공업 기지를 진흥하는 전략적 조치를 실천하고, 국내 무역 상품의 국경 간 운송 협력을 수행하는 해외 항구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린성에서 국내 무역 상품의 국경 간 운송 사업 범위를 더욱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오는 6월 1일부터 중국 국내 화물의 환적항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육로로 약 1000㎞를 운송한 뒤 랴오닝(遼寧)성의 잉커우(營口)나 다롄(大連)항에서 환적해 남동부 연안의 샤먼(廈門)이나 광저우(廣州)로 운송하던 기존 물류망에 비해 운송비용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타개하기 위해 동진정책을 펼치면서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이용한 중·러 간 무역량이 대폭 증가했다. 중국 동남 연안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향하는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돌아오는 컨테이너 선박의 운송 능력도 늘었다. 지난해 9월에는 지린성 훈춘시 항해업무국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국내 화물의 환적항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신청한 바 있다. 북한·중국·러시아 3국이 접하는 국경도시인 훈춘은 블라디보스토크와 이어지는 약 200㎞ 거리의 철로와 육로를 갖췄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나진항까지 이어지는 48㎞ 도로를 건설해 ‘차항출해’를 추진했으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유엔 제재로 나진항 이용이 막힌 상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 경제지 차이신(財新)은 14일 중국이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이용하면 물류 원가 절감 외에도 장기적으로 중국 베이징 인근의 산하이관(山海關) 화물 철도의 고질적인 병목현상도 줄어들어 석탄 등 벌크 물자의 운송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 극동지역 사이의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연계를 강화하는 효과도 거두게 될 것으로 봤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서명한 ‘2030년 중·러 경제협력 중점 방향에 관한 공동성명’의 일환이다. 당시 양국 정상은 “양국 지방 협력과 국경 지역의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 실제 효과를 제고하며 중국-러시아 ‘동북-극동’ 지역간 호혜협력을 발전시킨다”고 발표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에 따라 올해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이 중국 지린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와 철로 및 육로 화물 운송 규모를 확대하는 협의를 체결했다고 홍콩 명보가 15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아무르강 유역의 달네레첸스크에서 중국 헤이룽장성 후린(虎林)시에 이르는 천연가스 제공 협의도 비준했다. 지난 11일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퍄오양판(朴揚帆) 중국 총영사가 헤이룽장성 상무청의 허쑹(賀松) 부청장과 협의를 갖고 두 지역의 교류 심화 및 공동 발전을 적극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홍콩 매체는 과거 중국 영토였던 러시아 극동지역의 역사를 재조명했다.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주둔하며 연간 1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는 러시아 최대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는 청나라 길림장군(吉林將軍)이 관할하는 해참위(海參崴)로 불렸다. 지난 1858년 청조가 러시아 차르 왕조와 아무르강 변경의 아이훈에서 조약을 체결해 동북부 영토 약 110만㎢를 할양했다. 러시아는 해참위를 ‘동방 정복’을 의미하는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름을 바꿨다.

中 민간 블라디보스토크 등 고토 회복 요구

국민당 정권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마오쩌둥(毛澤東)은 청조가 체결한 불평등 조약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같은 공산 정권인 소련은 예외였다. 지난 1991년 5월 16일 중국과 소련은 ‘중·소 국경 동단(東段) 협의’, 2001년에는 ‘중·러 목린 우호 협력 조약’ 등을 체결하며 “쌍방은 상호 영토 요구가 없다”며 국경을 확정했다. 2004년에 중국은 공식적으로 중·러 4300㎞의 국경선 전체를 확정했다.

하지만 중국 민간에서는 여전히 과거 러시아가 강제 점령한 해참위 등 중국 고토 회복을 요구하는 여론이 존재한다. 중국 당국이 출판한 공식 지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함께 ‘해참위’를 각주 표기하고 있으며, 대만 당국이 출판한 지도 역시 ‘해참위’를 각주 표기하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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