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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5억 못 내요"…'원조교제'로 받은 9억, 법원 판단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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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 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 서울행정법원

 미성년자 때부터 ‘원조교제’를 해온 상대에게 약 9억원을 받은 30대 여성이 “5억원의 증여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세무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최근 A씨(37)가 서울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고등학생 때인 2004~2005년부터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만난 전업 주식투자자 B씨(50)와 성적인 관계를 맺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총 73회에 걸쳐 9억 3703만원을 받기도 했다. A씨에게 수천만 원대의 이자 소득이 있는 걸 의아하게 여긴 세무당국은 2019년 자금 출처 조사에 들어갔다. 결국 A씨 통장에 들어온 거액이 B씨가 준 것임을 확인하고, 2020년 5월 A씨에게 5억 3087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증여세는 과세표준 1억원까지는 10%, 5억원까지 20%, 10억원까지 30%가 부과되는데, 늦게 내면 무신고(납부세액의 20%)와 납부지연(2019년 이전 하루 0.03%) 가산세가 붙게 된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받은 돈은 조건만남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대가성이 있다”며 “그중 5억원은 2008년 B씨가 미성년자 성매매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후 합의금 내지 위자료 명목으로 준 것이라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대가성이 있거나, 합의금의 경우는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거 B씨가 A씨를 상대로 “그동안 준 돈은 빌려줬던 것이니 돌려달라”며 제기했던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이 빌미가 됐다. 소송은 A씨 승소로 확정됐지만, 소송 과정에서 A씨가 “B씨에게서 2007년 ‘주식투자 대금으로 쓰라’고 2억원을 받았다” “B씨가 연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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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A씨가 민사소송에서 2억원이 B씨가 주식투자 대금 명목에서 지급한 금전이라 주장했는데, 이는 증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5억원의 성격이 합의금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위자료 명목으로 5억원의 거액을 지급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B씨가 미성년자 성매수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A씨에게 5억원을 지급했고 B씨와 연인관계로 교제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이에 의하면 금액이 단지 성매매 대가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며 “오히려 A씨가 B씨와 교제를 하면서 이 돈을 증여받은 것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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