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衆星共之(중성공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천문학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견이 있을지 모르나 일반적 인식으로 볼 때 북극성은 항성(恒星:붙박이별)이다.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북쪽 방향을 찾는 데에 활용됐으며, 뭇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운행하며 위치를 바꾸는 것으로 여겨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자는 정치를 북극성과 북극성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뭇별과의 관계에 비유하여 “덕으로 하는 정치란 제자리에 있는 북극성을 향해 뭇별들이 손을 모으고 떠받드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흔히 ‘함께 공’이라고 훈독하는 ‘共’을 여기서는 ‘향할 공’이라고 훈독하는데, 두 손을 모아 공손함을 표한다는 뜻을 가진 ‘拱(받들 공)’의 의미도 담고 있다. 북극성은 왕에 대한 비유이고, 뭇별은 신하와 백성에 대한 비유이다.

衆:무리 중, 星:별 성, 共:함께 공. 뭇 별들이 함께 받는 북극성처럼. 35x75㎝

衆:무리 중, 星:별 성, 共:함께 공. 뭇 별들이 함께 받는 북극성처럼. 35x75㎝

군주 시대의 왕이나 오늘날의 대통령이나 뭇별과 같은 국민들이 존경하고 신뢰하며 기꺼이 따르는 대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왕이나 대통령이 갈팡질팡하면 국민은 불안하고, 국가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민심이 곧 천심이다. 민심이자 천심이 그대로 반영된 지지율은 결코 홀시해도 무방한 숫자가 아니다. 북극성의 위치를 확인하게 하는 가까운 거리의 별자리인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부터 제 역할을 잘해야 북극성을 쉽게 찾아 천추(天樞)로 받들 수 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