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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도 조정 예상 주식 줄여” vs “긴축 악재 사라져 올핸 달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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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호 12면

증권가 ‘셀 인 메이’ 갑론을박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날 대비 15.58포인트(0.63%) 하락한 2475.4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날 대비 15.58포인트(0.63%) 하락한 2475.4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306억 달러(약 172조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최근 밝힌 자사 포트폴리오의 현금 보유 규모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에만 133억 달러(약 17조6500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팔아치운 반면 매수 규모는 29억 달러(약 3조8000억원)에 그쳤다.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린 것이다. 버핏은 지난 6일(현지시각)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우리가 투자한 비즈니스 대부분이 지난해보다 더 낮은 수익을 보고할 것”이라며 “쉽게 돈 벌던 시대는 끝났고 6개월 전과는 다른 환경에 있다”고 말했다.

역사상 최고의 투자자가 내놓은 부정적 견해에 증권가에선 ‘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Sell in May)’는 격언이 다시 회자하고 있다. 버핏마저 주식을 팔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데, 개인 투자자가 베팅할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실제 5월 매도 전략은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192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평균 수익률은 2.2%에 불과했다.

반면 11월부터 6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5.1%로 두 배 수준이다. 5월에 주식을 팔고 여름에 현금을 들고 있다가, 11월에 다시 사는 게 역사적으론 수익률이 더 높은 투자 전략이란 얘기다. 스테이시 존슨 미국 교직원연금 수석 매니저는 현지 언론을 통해 “2008년 금융위기나 1987년 블랙먼데이처럼 역사적인 대규모 증시 폭락 상당수가 5월과 10월 사이에 발생하며 수익률을 낮춘 바 있다”며 “다만 증시가 반등할 때 매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시장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내 증시에서도 5월 증시가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들어 국내 증시 상승세가 주춤하자 5월 매도 전략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코스피도 역사적으로 5월 수익률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다. 2000년 이후 코스피 5월 평균 상승률은 0.08%에 불과하고, 2010년 이후로 좁혀보면 마이너스(-) 0.88%다. 이후에도 통계적으론 7월을 제외하곤 10월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다만 올해는 예년과는 다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3월에 이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자 시장에선 연내 금리 동결은 물론, 인하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유동성 자금이 말라 약세장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에겐 악재가 사라질 것이란 기대가 커진 셈이다.

연초 이후 4월까지 이어진 국내 증시 강세도 강세장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4월까지 코스피가 하락했던 해에는 평균적으로 코스피가 연간 8.7% 하락했다. 반대로 4월까지 상승세가 나타난 해에는 연간 13.8% 상승했다. 올해는 연초 이후 4월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2%와 24% 상승한 만큼 통계적으로는 상승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코스피가 상승세를 기록한 가운데 과거 통계를 보면 향후 상승세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며 “코스피 기업들의 순이익 전망 추이를 보면 1분기를 저점으로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5월 증시 조정론에 무게를 둔 쪽에선 원인으로 경기 침체 우려를 지목한다. 각종 지표가 경기 침체를 나타낸다는 얘기다. 예컨대 산업용 수요가 많아 경기 예측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며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리는 구리 현물 가격은 최근 1t당 8500달러대로 떨어졌다. 연초 고점(9436달러)에 비해선 10%가량 하락한 것이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도 증시엔 호재가 아니란 판단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선 미국 지역은행 파산 이후 최근 발행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경기 침체를 경고한 바 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사적으로 보면 평균적으로 5월부터 10월까지 성적이 좋지 못했던 데다 올 들어선 4월까지 국내 증시가 과하게 올라간 측면이 있다”며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반영하고 있는데, 오히려 경기 침체 우려 요인으로 판단하며 단기적으로 증시에 조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5월 매도 전략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적으로 5월 이후 6개월간 증시가 약세를 기록했던 게 맞지만, 한국 경제가 과거와 다른 상황이란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제가 정체된 이후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의 수익이 정체됐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 위기가 벌어져도 기업 구조조정을 막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급등락이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강세장은 이례적인 상황이었고 올해는 다시 박스권 장세로 돌아와 24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우량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시가 오리무중 상태일수록 피난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버핏이 현금을 늘렸다곤 하지만 애플을 팔지는 않았고, 미국 증시에서도 애플이나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업종 내 1등 주식 쏠림이 나타난다”며 “증시 부진에 주식 대신 채권으로 도피했던 투자자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등 지방은행 위기에 다시 우량주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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