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프리즘] 서민금융과 위기극복 방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39호 30면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정부가 지난 3월 말 내놓은 소액생계비 대출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불법 사금융에 내몰린 저신용 취약계층, 즉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만 19살 이상에게 연 15.9%의 금리로 최대 100만원까지 생계자금을 지원해 주는 이 제도에 한 달 사이 2만3500명이 몰렸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불경기와 고인플레로 인한 고금리 때문에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금상황이 얼마나 팍팍한지를 잘 나타내주는 사례다.

팬데믹·고금리 탓 서민들 삶 팍팍
생계비 대출 대상·금액 확대해야

최근 서민금융 여건은 연체율이 상승하고 그나마 대출문도 막히면서 최악의 위기 상태로 치닫고 있다. 가계신용과 중소기업(자영업자·소상공인 포함)대출을 서민금융으로 규정할 때, 서민금융이 위기에 처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중단 제한 조치로 운영자금과 생계자금 대출 등 서민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3년 동안 가계신용, 은행 중소기업 대출과 비은행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200조원 이상 늘어났는데 특히 비은행금융기관 중소기업 대출이 98% 가까이 폭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글로벌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추가대출을 더 받아야 하는 형편으로 추락하고 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제조업 및 서비스 산업의 경영상태가 2019년 이전보다도 더 나쁜 상황이므로 이들 서민의 부채 및 이자 상환 부담은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거기에다 고인플레를 잡기 위해 정책금리가 0.5%에서 3.5%로 인상되면서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이자부담이 급격히 상승했다. 중소기업대출금리가 2020년 2.97%에서 2022년 4.44%로 약 1.47포인트 상승하면서 서민대출 이자부담만 연간 47조원 이상 늘어났다.

서민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생계자금지원제도로는 이번에 마련한 소액생계비 대출을 포함, 여러 종류의 햇살론제도, 새희망 홀씨자금, 그리고 미소금융 생계자금 제도가 있다. 창업·운영자금 지원제도로는 미소금융 운용시설자금지원과 미소금융 창업자금지원, 자영업자 햇살론 제도가 있으며 대학생·청년 지원제도로 햇살론 유쓰제도도 있다. 이들 서민지원 금융제도들은 지원대상이나 지원금액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지원대상자 자격이 너무 까다롭다. 햇살론의 경우 연소득 상한선을 4500만원으로 한정하고 있고 새희망홀씨자금은 3500만원으로 더 낮다. 그 위에 신용등급도 대체로 6등급 이하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이 상한선보다 낮아도 신용등급이 높으면 혜택에서 제외된다.

둘째 지원금액이 매우 적다. 창업운영 자금 지원액의 경우 대부분 1000만∼3500만원 내외로 5000만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 만일 사업자등록이 없으면 500만원 이상 지원받기도 어렵다. 참고로 2022년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314조원인데 상호금융권 햇살론 잔액이 5527억원에 불과한 것을 보면 햇살론의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 가늠이 된다. 셋째 적용금리에서 별로 혜택이 없다. 예컨대 새희망홀씨 자금의 경우 이자율이 15%까지 적용하는 경우도 있고 햇살론 금리도 10.5%인 경우가 많다. 그 위에 지원자격, 지원금액, 지원조건이 취급금융기관마다 다 달라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서민금융은 빚을 탕감해 주기보다 긴급시 필요한 자금을 융자지원해 주는 것이므로 지원대상 금액을 더 넓혀줄 필요가 있다. 특히 서민의 귀책사유가 아니라 팬데믹과 국제적 고금리와 같은 불가항력적 외부요인에 의해 발생한 어려움이란 점에서 정부는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서민들의 금융부담을 완화시켜 줄 필요가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