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美 동서 횡단 강행군…22일간 '빅샷' 20여명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DC 미 국무부에서 열린 국무장관 주최 국빈오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12일 오전 귀국했다.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역대 최장 기간 해외 출장이다. 이번 출장 기간 날마다 한 명 이상의 ‘빅샷’을 만나는 등 강행군을 소화하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단절됐던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미국 동부 바이오클러스터와 서부 실리콘밸리 정보통신기술(ICT) 클러스터를 횡단하는 미국 출장을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당시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찾은 이 회장은, 사절단 일정이 끝난 뒤에도 미국에 머물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이 회장은 이번에 바이오·제약과 ICT, 인공지능(AI),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20여 명과 연쇄 접촉했다고 한다. 바이오 분야에선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CEO, 지오반니카 포리오 BMS CEO, 누바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 등과 각각 만나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 오른쪽)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 셋째)와 미국 실리콘밸리 일식집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페이스북

이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 CEO들과 미팅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북미 판매법인 임직원과 만나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과감하고 끈기 있는 도전이 승패를 가른다”며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과도 만나 중장기 비전을 공유하고 미래 산업 선도를 위한 협력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 중 만난 기업인들은 AI, 전장용 반도체, 차세대 통신, 바이오 등 삼성의 미래 성장 사업으로 점찍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의 리더”라며 “유례없이 긴 이번 출장이 미래 전략을 구체화하고 ‘뉴 삼성’ 비전의 기틀을 다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 측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번 일정 중 AI 분야 글로벌 전문가들과 교류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AI 활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삼성전자와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2018년 유럽·북미 출장 당시에도 AI 글로벌 석학과 교류하고 핵심 인재 영입에 나서는 등 AI 분야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삼성은 세계 7개 지역에서 AI 센터를 운영 중이며, 삼성 AI 포럼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학계 전문가들과 혁신 성과 공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바이오·전장용 반도체와 차세대 이동통신 등은 미국 기업이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있어, 미국과의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사업의 존폐를 가름한다”며 “삼성은 글로벌 ICT 시장 불황 속에도 미래 성장 사업을 새 주력 먹거리로 길러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회장이 직접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 신사업 전략을 짜고 돌파구를 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