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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석천의 컷 cut

야망이 그 사람의 가치를 넘어설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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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영화 ‘존 윅’ 시리즈. 범죄조직 수장들의 최고회의에 맞서는 존 윅(키아누 리브스)의 사투가 숨막히게 전개된다. 이런 류의 영화는 악역이 매력적이어야 주인공도 빛나는 법. ‘존 윅 4’의 빌런(악당)은 최고회의로부터 존 윅을 사냥할 수 있는 전권을 위임받은 그라몽 후작(빌 스카스가드)이다.

“실패하는 자들이나 두 번째 기회를 달라고 하지.” 젊고 잘생긴 귀족 그라몽은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최고급 호텔 하나쯤은 가볍게 날려버린다. 눈썹 하나 까딱 않고 걸림돌들을 집요하게 처단해 나가는 잔혹함이 이 캐릭터의 아우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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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한 등장인물이 경고한다. “야망은 그 사람의 가치를 넘어서선 안 되오(A man’s ambition should never exceed his worth).” 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걸까. 그라몽은 자신의 그릇을 넘어서는 야심을 좇다 결국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게 된다.

‘그 사람의 가치’란 능력과 인격, 가치관 같은 것들을 뭉뚱그린 것일 터. 분에 넘치는 야망을 자신의 가치인 줄 착각하는 사람은 위태롭다. 밀랍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이카로스를 보는 듯 조마조마하다. 그렇게 야망이 자신과 사회를 망가뜨리는 사례들을 숱하게 봐오지 않았던가.

특히, 한 분야에서 ‘훌륭한 사람’이란 평가를 받던 이들이 정치 영역에만 가면 이상해지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 분인 줄 몰랐다”고 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을 뿐,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거예요.” 한 사람의 가치는 일이 잘 풀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 예상 못 한 위기에 놓였을 때 드러난다.

꿈은 크게 가지는 게 좋지만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내가 과연 그 야망을 감당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면 조용히 꿈을 내려놓거나 ‘나의 가치’를 어떻게 키워 나갈지 고민하는 게 맞지 않을까.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