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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댓글공작’ 서천호 2심서 감형…일부 댓글 작성 지시 무죄

중앙일보

입력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뉴스1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뉴스1

 경찰관들을 동원해 ‘희망버스’ 집회에 부정적인 댓글을 달게 한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2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1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 이창형)은 서 전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은 자유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최전방에서 보호할 중요한 책무를 가진 기관”이라며 “조직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지시한 것은 본연의 업무 수행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 전 차장은 부산지방경찰청장 재직 시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희망버스 집회가 전개되자 2011년 6월부터 11월까지 경찰관 234명에게 집회에 부정적인 내용의 포털 뉴스 기사 등 댓글 561개와 소셜 미디어(SNS) 게시물 1977개를 작성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전 차장 측은 그간 법정에서 “댓글 작성을 지시한 것은 불법 폭력 시위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했던 것”이라며 “사실을 전달한 것은 업무 행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경찰 조직을 동원해 은밀하게 대응한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위법 행위"라며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보고, 서 전 차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경찰법 4조에 의하면 경찰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권리와 표현 자유를 존중할 책무가 있다”며 “서 전 차장이 휘하 경찰관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서 전 차장이 지시해 작성한 댓글 중 16개에 대해선 무죄라고 판단했다. “(해당 댓글은) 스스로 경찰임을 드러냈고, 특별히 여론을 호도하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의 여론 형성 지시에 의해 범행을 했고, 급박한 폭력 시위에 대응해야 했던 필요성을 감안해 사정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서 전 차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도 기소돼 2019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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