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한정판, 여기선 절대 사지 말라" 서울시가 찍은 6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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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피해주의보가 발령된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들. 온라인몰 디자인·구성과 사업자정보 표시 방식이 유사하다는 특징이 있다. [사진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아디다스가 지난해 출시한 ‘풋볼 클럽’ 운동화 시리즈. 유럽에서 유명한 6개 축구팀 로고·색깔을 바탕으로 디자인해 축구 팬에게 인기가 있다. 하지만 국내·외 아디다스 홈페이지에 접속해도 품절일 때가 많아 국내 소비자가 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구매대행업체인 C 쇼핑몰은 그렇게 구하기 힘들다는 운동화를 지난 1월까지 판다고 사이트에 공지했다. A 씨는 이를 보자마자 15만8000원을 입금했지만, 여전히 운동화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다리다 못해 주문을 취소했지만,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현지 판매사가 구매대급을 환급해줘야 본인도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소비자피해주의보 발령

브랜드별 소비자 불만 접수 건수. 그래픽 김영옥 기자

A씨처럼 운동화를 파는 일부 해외구매대행 쇼핑몰을 두고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는 “유명브랜드 운동화 해외구매대행 관련 소비자 피해 접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9일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서울시가 구매를 만류하는 쇼핑몰은 쇼핑차트·뉴욕파크·슈스톱·쿠잉팩토리·트렌디슈즈·플레이멀티 등 6개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최근 7개월간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한 6개 온라인 쇼핑몰 관련 피해 상담은 282건이었다.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 중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신고한 제품을 브랜드별로 보면 나이키(63개)가 40.9%로 가장 많았고, 아디다스(40개)가 26%로 뒤를 이었다. 여성 부츠로 유명한 어그(27건·17.5%)와 스포츠용품 브랜드 뉴발란스(19건·12.3%) 제품을 사려다 피해를 본 소비자도 많았다.

소비자피해주의보가 발령된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는 다른 사이트지만 판매 중인 제품이나 구매후기 사진이 동일하다. [사진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피해 유형은 배송·환불 지연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6개 쇼핑몰은 해외구매대행이라는 이유로 별도 공지·안내 없이 물건을 발송하지 않고 있다. 또 소비자가 배송지연 등 이유로 주문을 취소하면 환불을 지연하거나 이미 배송 중이라고 주장하며 해외 배송비를 청구했다.

또 6개 쇼핑몰이 사실상 같은 사업자일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온라인상에 표시한 사업자 정보는 각각 다르지만, 온라인몰 디자인·구성과 사업자정보 표시 방식이 유사하고, 판매 중인 브랜드·제품이나 구매 후기, 거래조건 등이 상당 부분 중복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는 “쇼핑몰 구매 후기 사진 중 일부는 운동화 리셀 플랫폼에 등록한 사진과 동일하다”며 “실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작성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피해 상담 282건…‘스타일브이’ 운영자는 구속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한다고 광고한 뒤 배송이나 환불을 지연한 것으로 유명한 스타일브이. 이 쇼핑몰 운영자는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사진 스타일브이 홈페이지 캡쳐]

이런 유형은 지난해 ‘스타일브이’ 사태로 널리 알려졌다. 대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스타일브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최모(41)씨는 지난해 2월부터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판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결제를 마친 소비자에게 구매 물품 배송을 미루거나 환불을 지연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이후 오씨사·도깨비마트·싹딜·뷰티히어로·맘앤마트 등 다른 쇼핑몰을 개설해 일명 ‘쇼핑몰 돌려막기’로 81만명에게 74억원 이상을 가로챘다. 경찰에 따르면 스타일브이 등은 주문 226만5422건 중 89.5%(202만6436건)를 배송·환불하지 않았다. 대전경찰청은 지난 1월 최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정덕영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최근 제조사가 한정판 운동화를 판매하거나 리셀(resell·희소한 제품을 산 뒤 웃돈을 받고 재판매하는 행위)이 인기를 얻으면서 정상가격으로 구매가 어려운 상품을 해외구매대행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구매를 유인한 후 환불을 거부하거나 배송을 지연하는 등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