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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덕에…과르디올라, 트레블이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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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의 숙원인 ‘트레블’을 향해 한 발 더 다가섰다. [AFP=연합뉴스]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의 숙원인 ‘트레블’을 향해 한 발 더 다가섰다. [AF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중하위권이었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2010년대 들어 신흥 강호가 됐다. 아랍에미리트(UAE) 왕족이자 석유 재벌인 셰이크 만수르(53)가 2008년 맨시티를 인수하면서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만수르 구단주의 자산은 37조원으로 추정된다. 만수르는 2조원을 넘게 쏟아부어 맨시티를 초호화 선수들이 즐비한 빅클럽으로 만들었다. 축구 이적료를 전문으로 다루는 독일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맨시티 선수단의 몸값은 1조5300억원(추정치)으로 EPL 2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만수르의 공격적인 투자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맨시티는 EPL 우승 다섯 차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 2회, 리그컵 우승 6회를 달성하며 잉글랜드 무대를 평정했다.

하지만 막대한 돈으로도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최강 팀의 상징인 ‘트레블(3관왕)’이다. 트레블이란 1부 리그와 컵대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모두 차지하는 것을 뜻한다. 100년이 넘는 유럽 축구 역사에서 진정한 의미의 트레블을 이뤄낸 팀은 9팀뿐이다. 트레블은 곧 세계 최고의 클럽임을 의미한다.

그런데 맨시티는 유럽 각 리그의 최강 팀끼리 겨루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만 서면 번번이 작아졌다. 만수르는 2011~12시즌 44년 만의 EPL 우승을 달성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두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곧바로 그를 경질했다. 후임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하며 세 시즌 만에 팀을 떠났다.

만수르의 마지막 선택은 펩 과르디올라(52)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스페인)를 이끌고 2008~09시즌 꿈의 트레블을 달성한 것을 포함, 챔피언스리그 우승만 2차례 차지했다. ‘티키타카(짧은 패스 축구)’도 그가 만들어낸 전술이다. 과르디올라가 트레블의 한을 풀어줄 거라고 판단한 만수르는 무려 250억원의 연봉을 제안했다. 그 결과 과르디올라는 2016~17시즌을 앞두고 맨시티 지휘봉을 잡았다.

그런 과르디올라에게 지난 6시즌은 불명예스러운 시간이었다. EPL 우승 3회, FA컵 우승 1회를 일궜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선 부진했다. 2020~21시즌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지만, 첼시에 패해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 애칭)’를 놓쳤다.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전술적으로 밀린다”는 비난을 받았다.

절치부심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 시즌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닥치는 대로 승수를 쌓고 있다. 그 결과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맨시티(승점 82)는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2위 아스널(승점 81)이 한 경기를 더 치러 맨시티가 유리한 상황이다. FA컵에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승전만을 남겨놓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순항해 준결승에 진출했다. 10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원정 1차전을 치른다.

과르디올라는 자신감이 넘친다. ‘괴물’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22)을 영입해 골 결정력을 보강했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는 직접 홀란(당시 도르트문트)이 뛰던 독일로 넘어가 설득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그동안 공격 파트너를 찾지 못했던 ‘중원 사령관’ 케빈 더 브라위너(32)는 홀란을 만난 뒤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패스를 뿌리고 있다. 홀란은 리그 35골로 득점 1위, 더 브라위너는 도움 16개로 어시스트 부문 선두다. 거구(키 1m 95㎝·체중 88㎏)에 스피드까지 겸비한 홀란의 가세로 ‘맨시티식 티키타카’는 정확도에 속도까지 붙었다는 평가다. ESPN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역사적인 트레블에 한 발 더 다가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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