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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D램값의 두세 배 HBM, 반도체 불황 돌파구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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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불황 타개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챗GPT 출시 등으로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고가라 수익성이 높은 데다 향후 성장 전망도 밝아 두 회사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3일 업계와 특허청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스노우볼트’라는 새로운 상표를 출원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아쿠아볼트(HBM2), 플래시볼트(HBM2E), 아이스볼트(HBM3) 등 시리즈별로 HBM 브랜드를 붙여 출시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스노우볼트는 앞으로 공개할 HBM의 브랜드명으로 출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발표 때 고성능 HBM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시장이 요구하는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의 차세대 HBM3P 제품을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BM은 성능이 좋은 만큼 가격이 비싸다. 통상 일반 D램 가격보다 2~3배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HBM3 가격이 5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하락해 반도체 기업들의 경영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기가비트) 고정거래 가격은 평균 1.4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해 57.5% 급락했다. 기업들이 HBM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수익성 개선을 꾀하는 이유다.

SK하이닉스가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만큼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미국 마이크론 10% 순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첫 개발 이후 1세대부터 4세대(HBM3)까지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지난달 20일에는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HBM3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10단 이상 쌓아 올린 것은 처음으로 용량도 현존 최고 수준인 24GB(기가바이트)를 구현했다. 속도는 최대 초당 819GB로 풀HD 영화 163편을 1초 만에 전송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적용됐다.

SK하이닉스는 HBM 차기 모델을 연이어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부사장)은 지난달 26일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하반기 5세대인 8Gbps(기가비피에스) HBM3E(5세대) 시제품을 공개하겠다”며 내년 상반기 양산을 예고했다. “HBM 시장은 지난해 기준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HBM 시장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지만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HBM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최대 4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딥러닝 구현을 위한 AI GPU와 관련된 HBM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 빅테크 업체들의 챗GPT 투자 확대에 따른 HBM 수요가 큰 폭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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