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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는데 "역사 복원"…서울시 사업에 나랏돈 1조 쏟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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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수변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도 ‘역사도시 서울’ 사업에 포함됐다. [사진 서울시]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수변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도 ‘역사도시 서울’ 사업에 포함됐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대대적인 문화재 발굴·복원 계획을 내놓자 논란이 일고 있다. 취지와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사업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규모가 부풀려진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제2기 역사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 동안 문화재 발굴·복원 등 4대 분야, 45개 과제에 1조2840억원을 투입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취지·비용 두고 논란 휩싸인 ‘역사도시 서울’

암사동 올림픽대로 왕복 4차선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상부에 4800㎡ 규모의 공원을 조성하는 암사초록길 조성사업. 역사도시 서울 세부 과제로 들어가 있다. [사진 서울시]

암사동 올림픽대로 왕복 4차선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상부에 4800㎡ 규모의 공원을 조성하는 암사초록길 조성사업. 역사도시 서울 세부 과제로 들어가 있다. [사진 서울시]

계획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은 강동구 암사동 암사초록길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암사동 올림픽대로 왕복 4차선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상부에 4800㎡ 규모 공원을 조성하는 공사다. 엄밀히 보면 공원 조성 사업인데, 암사동 선사유적지와 한강 공원을 연결한다는 이유로 ‘역사도시 서울’ 사업으로 분류했다.

경희궁 주변에 나무를 심는 사업도 문화재 관련 사업이라 한다. 판소리 같은 무형문화유산 전승 지원이나 경희궁지 등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사업도 포함했다. 심지어 문화재에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을 확충하는 예산도 ‘문화재 발굴·보존’ 사업에 끼워 넣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최경주 문화본부장은 “서울을 역사문화 도시로 만든다는 것이 기본 구상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문화재 발굴·보존뿐만 아니라 문화재 관련 연구·교육사업, 시민이 문화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사업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발굴·복원비용은 총예산의 13.3% 수준

서울 성북구 성북동 별서.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가 피난처로 사용했던 경승지다. [사진 서울시]

서울 성북구 성북동 별서.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가 피난처로 사용했던 경승지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에 따르면 문화재 발굴·복원에 투입하는 서울시 예산은 1711억원 정도로 서울시가 발표했던 역사도시 관련 사업 총예산 대비 13.3% 수준이다. 문화재 복원 사업이 대부분 국비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백제 한성 도읍기(기원전 18년∼475년) 왕성으로 알려진 송파구 풍납동 토성 복원 사업은 5년간 5122억원을 투입하지만, 이 중 3590억원이 국비다. 이 사업을 제외하면, 서울시가 가장 큰돈을 투입하는 것은 성북동 별서(別墅) 복원사업이다. 별서는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가 피난처로 사용했던 경승지(景勝地)다. 복원화 사업 예산 305억원 중 서울시 예산이 91억원이다.

1899년 5월 개통된 전차가 돈의문(서대문)을 통과하는 모습. [사진 서울시립대 박물관]

1899년 5월 개통된 전차가 돈의문(서대문)을 통과하는 모습. [사진 서울시립대 박물관]

'터' 사라진 돈의문 복원 의문

문화재 복원 사업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예컨대 종로구 새문안길에 있던 조선시대 돈의문(敦義門) 복원 사업이 해당한다. 현재 위치로는 강북삼성병원과 경향신문사 사이 왕복 8차선 도로 위에 있었다. 돈의문은 숭례문(남대문)처럼 실측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흑백사진 몇장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다.

문화재업계 관계자는 “돈의문은 일제가 철거한 이후 대형 건물·도로가 들어섰다”라며 “그 자리에 다시 지을 수도 없다”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대문 중 유일하게 복원하지 않은 문이 돈의문”이라며 “기본구상 용역 단계일 뿐, 역사적 고증, 교통상황,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국비보다 시비를 더 많이 투입하는 서울 광진구 아차산 홍련봉 보루 유적 정비 사업. [사진 서울시]

국비보다 시비를 더 많이 투입하는 서울 광진구 아차산 홍련봉 보루 유적 정비 사업. [사진 서울시]

이런 가운데 문화재청이 주도하는 서울시 문화유적 복원사업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1866년(고종 3년) 경복궁 중건 때 축조된 뒤 1923년 철거된 광화문 월대(月臺·궁궐 주요 건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터보다 높게 쌓은 단)를 복원한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조선 전기에는 없었고 고종 이후 불과 57년 동안 존재했던 궁궐 앞 시설 때문에 시민이 교통 불편을 감수하는 게 맞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 문화재청은 또 종묘 사직단, 덕수궁 선원전 등 곳곳에서 문화 유적 복원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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