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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사체 보고도 "조리하라"…1심 "영양교사 책임만은 아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비름나물에 개구리 사체가 나왔습니다. 폐기·반품해야 하지 않을까요?(조리사)”
“그러면 잘 세척해서 조리하세요(영양교사)”

학교 소속 영양 교사와 위탁업체 소속 조리사 모두 식재료에 개구리 사체가 발견됐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학생이 받은 급식에서 결국 개구리 사체가 발견됐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지난달 16일 1심에서는 위탁업체에 책임을 물어 구청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학교 급식에서 개구리 사체가 나온 것에 대해 ″위탁업체 책임이 있다″며 영업정지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급식에서 발견된 개구리 사체.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은 학교 급식에서 개구리 사체가 나온 것에 대해 ″위탁업체 책임이 있다″며 영업정지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급식에서 발견된 개구리 사체. 연합뉴스

지난해 7월 5일, 서울 노원구의 한 고등학교 점심시간. 학생이 받아온 비름나물 무침에서 지름 약 1㎝짜리 개구리 사체가 나왔다. 넉 달 뒤 노원구청은 이 고등학교에 음식류를 조리·제공한 급식 위탁업체에 영업정지 5일 처분을 내렸다.

위탁업체는 처분이 부당하니 취소해달라며 곧바로 소송을 냈다. 학교 영양 교사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다. 학교급식법에 따르면 식재료의 선정 및 검수 업무는 영양교사 담당이고 위탁업체의 업무는 조리, 배식, 청소, 세척 기타 주방 운영 보조 업무 등이라 위탁업체가 의무를 어긴 게 아니라고 했다.

위탁업체는 “영양 교사는 식재료 검수 과정에서 비름나물에 개구리 사체 이물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며 “(업체 소속 직원의) 식재료 반품·폐기 주장에도 영양 교사는 '친환경 식재료의 특성상 이물이 발견될 수 있으니 혼합된 이물을 제거한 후 비름나물을 그대로 사용해 조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했다. 또한 위탁업체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신규계약과 재계약 체결이 어려워지는 등 불이익이 크다며 노원구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도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뉴스1

서울행정법원 행정9단독 박지숙 판사는 3차례 변론기일 끝에 노원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영양 교사가 개구리가 나온 걸 알고도 위탁업체 직원에게 조리 지시를 한 건 사실이나 “검수 과정에서 개구리 사체가 발견된 이상 위탁업체 직원들이 식재료를 소독·세척 및 조리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물을 발견해 제거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위탁업체는용역계약에 따라 일일 반찬을 조리하면서 메뉴에 따라 용도별로 깨끗하게 식재료를 사전 처리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노원구청의 재량권 남용 주장에 대해선 “학교급식에 이물이 혼입될 경우,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된다”며 “영업정지 처분에 따른 공익이 위탁업체 불이익보다 작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위탁업체는 행정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개구리 급식 파동 책임 논란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다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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