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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 어린이집 쉬나요?"…아이 맡길 곳 없어 '발동동'

중앙일보

입력

“근로자의 날 어린이집 등원 수요조사 설문조사에 ‘등원’ 표시했더니, 우리 아이만 등원한다고 전화 왔어요.”

맞벌이 부부 A씨는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휴원한다는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근로자의 날에도 부부가 출근을 해서 아이를 맡기려 했더니 원장이 “인력을 더 써야 하니 추가 비용을 내라”고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A씨는 “사실상 보내지 말아달라는 얘기로 들렸다. 국공립 어린이집이라 이런 걱정이 없을 줄 알았다”고 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한 어린이집이 학부모에게 보낸 긴급보육 수요조사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한 어린이집이 학부모에게 보낸 긴급보육 수요조사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어린이집 문 닫는다…유치원은 ‘정상운영’

5월 1일 어린이집과 일부 유치원이 문을 닫으며 근로자의 날에도 근무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교원에 해당하는 학교·유치원 교사는 근로자의 날에 근무하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대부분 쉬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 중에서도 재량에 따라 쉬는 곳이 있다. 조리사나 운전기사 등의 직종이 근로자로 분류돼 쉴 수 있어서다.

근로자의 날에도 출근하는 직장인은 적지 않다. 30일 취업 컨설팅 기업 인크루트에 따르면 근로자 10명 중 3명이 근로자의 날에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가 지난 20~24일 직장인 10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0.4%가 근로자에 날에 출근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인 59.1%는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영세기업 소속이었다.

긴급 보육을 제공하는 어린이집도 있지만, A씨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처럼 “긴급보육 대상이 없으면 교사도 출근하지 않는다”며 은근히 가정보육을 요구하기도 한다. 맞벌이 부모들은 급히 자녀를 돌볼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님께 부탁했다”, “이날 하루만 아이돌보미 구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30일 오전 한 어린이가 서울 시내 한 어린이집으로 등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한 어린이가 서울 시내 한 어린이집으로 등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로자의 날 쉬어야 하는 어린이집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어린이집 교사 박모(39)씨는 “아직도 추가 수당을 주지 않고 당직 근무를 하게 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교사는 “차라리 (근로자의 날이) 법정 공휴일이었으면 좋겠다. 눈치 안 보고 다 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에도 출근하는 교사 등 교육 공무원의 불만도 있다. 2020년 초등학교 교사 2명은 헌법재판소에 “근로자의 날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해 평등권과 단결권, 집회의 자유를 침해받는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특별한 지위에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경우 휴일보육료를 추가 결제해야 한다. 이때 국민행복카드를 이용하면 정부가 일 보육료의 150%에 한해 휴일보육료를 지원한다. 어린이집 보육료는 매달 11일 이상 등원해야 지원금의 100%가 지원되고, 6~10일은 50%, 1~5일은 25%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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