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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열리는 풍어제 아시나요…‘행주나루 강 풍어제’ 재현 앞장서는 어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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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나루 옆 행주역사공원에서 열린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 사진 행주어촌계

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나루 옆 행주역사공원에서 열린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 사진 행주어촌계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는 바다가 아닌 강(내수면)에서 열리는 전국에서 유일한 풍어제입니다.”

30일 오후 행주나루 강 풍어제에서 만난, 행사 준비를 도맡다시피 해 온 어민 심화식(68)씨의 말이다. 이날 오후 1시 30분 행주나루와 행주역사공원에서는 고양문화원 주최로 ‘제8회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가 열렸다.

심씨는 정부와 지자체 및 민간이 힘을 모아 지난 2016년 복원한 한강 풍어제의 실행을 8년째 앞장서 돕고 있는 행주어촌계 소속의 10년 경력 어민이다.

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나루 일대에서 열린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 풍어제 후 ‘방생 행사’를 위해 참가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어선 한 척이 한강 하구로 출항하고 있다. 사진 행주어촌계

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나루 일대에서 열린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 풍어제 후 ‘방생 행사’를 위해 참가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어선 한 척이 한강 하구로 출항하고 있다. 사진 행주어촌계

행주나루는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역사 깊은 민물 포구다. 고양시를 감싸고 흐르는 한강 하구 행주나루는 조선 시대 서해에서 한양에 이르는 수상 교통의 요충지이자 김포와 고양을 잇는 나루로써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3∼5월에 행주나루 일대에서 잡히는 웅어는 조선 시대에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으로 유명했다. 이런 풍경은 조선 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이 그린 웅어잡이 어선 14척 등이 등장하는 행호관어도(杏湖觀魚圖)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심씨는 “행주나루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권역의 한강 본류에 있는 유서 깊은 나루”라며 “아직도 이곳에서 어부 50여 명이 어선 33척으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행주나루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도권 최고의 민물 어장인 동시에 독특한 어업 문화가 살아 있는 국가적 재산이며 세계적인 자랑거리”라고 했다.

심씨에 따르면 이곳 어민들은 봄에는 실뱀장어와 웅어, 여름에는 연승(주낙) 장어, 가을에는 큰 장어와 참게, 겨울에는 숭어를 잡는다고 한다. 한강 하구는 ‘물 반, 고기 반’이라 할 정도로 어족자원이 풍부한 황금 어장이라고 한다. 그는 “한강은 우리 한민족 반만년 역사의 과거와 현재가 생생하게 이어지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라며 “한강 어부의 존재 자체는 한강 생태가 살아있다는 증표이자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 한강하구 행주어촌계 소속 어민 심화식씨가 30일 오후 열린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에서 행사의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행주어촌계

경기도 고양시 한강하구 행주어촌계 소속 어민 심화식씨가 30일 오후 열린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에서 행사의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행주어촌계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제대로 재현된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  

 이날 행사에는 이동환 고양시장,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 김용규 고양문화원장,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용신을 맞이해 어민과 주민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시작으로 거북놀이 등 전통문화공연, 배에 마을의 액을 실어 보내는 띠뱃놀이 등이 진행됐다. 최장규씨가 풍어제 예술감독을 맡았다.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는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이 ‘전통예술복원 및 재현사업’으로 선정한 후 매년 열려왔다. 이후 코로나19로 취소되거나 약식으로 거행돼 오다 4년 만에 이날 제대로 재현된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6·25 한국전쟁,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단절되었다가 고양 행주나루강풍어제보존회와 고양문화원의 노력으로 복원됐다.

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나루에서 열린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 바다가 아닌 강에서 열리는 전국에서 유일한 풍어제다. 사진 행주어촌계

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나루에서 열린 ‘고양 행주나루 강 풍어제’. 바다가 아닌 강에서 열리는 전국에서 유일한 풍어제다. 사진 행주어촌계

이동환 고양시장은 “행주나루 강 풍어제는 고양의 역사와 전통이 담긴 뜻깊은 전통문화 행사”라며 “풍어제의 기원을 받아 주민과 어민 모두에게 안전과 만선의 기쁨이 불어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끈벌레 등 한강하구 생태계 이상 현상 지속에 걱정  

행주 어장의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10년째 ‘행주어촌계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도 맡고 있는 심씨는 “행주대교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에서부터 신곡수중보 사이 15㎞ 구간의 환경오염이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에서 그물에 잡힌 괴생물체 '끈벌레'. 사진 행주어촌계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에서 그물에 잡힌 괴생물체 '끈벌레'. 사진 행주어촌계

그는 “이들 하수처리시설에서 한강으로 배출하는 방류수가 김포대교 아래 신곡수중보로 인해 물길이 가로막혀 행주대교 일대 한강에서 실뱀장어의 천적인 괴생물체 ‘끈벌레’가 봄철마다 대규모로 출몰하고 등굽은 물고기가 대거 나타나는 등 생태계 이상 현상이 지속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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