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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라이프톡

극우 앵커 퇴출과 미디어 모굴의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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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6년전인 2017년 US오픈 테니스 경기장에서 카메라에 잡힌 루퍼트 머독. 로이터

6년전인 2017년 US오픈 테니스 경기장에서 카메라에 잡힌 루퍼트 머독. 로이터

미국 폭스뉴스는 24일 ‘터커 칼슨 투나잇’을 진행해온 간판스타 칼슨을 전격퇴출시켰다. 칼슨은 보수의 나팔수인 폭스뉴스에서도 극우성향으로 꼽혔다. 2016년부터 앵커를 맡아 트럼프 대통령을 만든 킹메이커로 불렸다.
그는 2020년 트럼프가 ‘대선 불복’의 이유로 내세운 ‘투개표 조작설’을 방송에서 반복했다. 이에 투개표기 제작사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칼슨의 메일과 메신저가 충격적이었다. 칼슨이 개인적으로 조작설을 믿지 않으면서도 극우 시청자를 호도하기위해 가짜뉴스를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스뉴스가 1조원(7억8700만 달러) 배상에 합의하고 1주일만에 칼슨을 쫓아낸 셈이다. 극우 가짜뉴스의 충격적 몰락이다.
세계의 관심은 칼슨을 키운 세계최대 미디어그룹 폭스와 창업주 루퍼트 머독의 미래에 쏠리고 있다. 머독은 전세계 50여개국 700여개 매체를 소유한 미디어 모굴이다. 머독은 성공과정에서 미디어업계에선 ‘황색 저널리즘’으로, 정치적으론 ‘전투적 우파’란 비판을 받아왔다. NYT는 머독을 ‘극우포퓰리즘을 선동하는 민주주의 파괴자’라 비난할 정도다.
폭스뉴스가 거액 배상에 서둘러 합의한 것은 머독 제국의 비리가 드러날 재판진행을 막기위해서라고 한다. 폭스는 다른 투개표기 제작사와도 소송중이다. 칼슨 퇴출로 주가가 폭락했다. 뉴스콘텐트 판매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올 여름 5번째 결혼을 앞둔 머독은 92세다. 후계인 장남 라클란(51)은 아직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