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이해 다툼이 발목 '통신방송법' 제정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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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터넷 TV(IPTV)가 이제 막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상용 서비스를 하려면 법령을 만들고 고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 추세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를 규율할 법을 새로 만들고 기존의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데 정부 기관과 각계의 이해 관계가 달라 그 시기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신업계에서는 IPTV 서비스가 늦어질수록 연관 산업의 발전이 늦어지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법령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3년 끌다 한시적 시범 서비스만=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는 IPTV를 통신으로 볼 것이냐, 방송으로 규제할 것이냐를 놓고 줄기차게 대립해왔다. KT는 2003년부터 IPTV 서비스 실시를 추진했지만 3년이 지나서야 시범 서비스만 간신히 할 수 있게된 것이다. 시범 서비스는 올해 말까지 40일 동안 가능하고 내년에 어떻게 할지는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영국과 일본은 새로운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에 발맞춰 규제를 정비했다.

영국은 2003년 말 5개 통신.방송기관을 통합해 '오프콤'을 만들고 IPTV같은 신규 서비스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규제만 하고 있다. 일본은 2002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IPTV 서비스를 통신과 방송도 아닌 '제3의 서비스'로 규정하고, 기존 통신.방송사들이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IPTV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 유럽.홍콩 가입자 크게 늘어=이탈리아.프랑스.홍콩 등은 3년 전부터 하나의 회선으로 전화와 인터넷.TV 등 세 가지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일석삼조'식 서비스를 시작해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다. 2003년 축구 경기를 생중계하면서 본격적인 IPTV 서비스를 시작한 이탈리아의 패스트웹은 9월까지 95만74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1년 전보다 49% 증가한 것이다. 홍콩의 PCCW는 60만8000명, 프리TV 등 프랑스의 3개 업체는 170만 명의 IPTV 가입자가 있다. 미국.일본은 물론이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45만 명 수준인 태국도 올 6월부터 2개 업체가 IPTV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현대원 교수는 "개발한 IPTV 기술을 쓰지 않으면 상용 서비스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한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이 낙후될 수밖에 없다"며 "업체들이 상용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통신방송 관련법의 정비가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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