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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란티스 -3만명, GM -5000명…전기차 시대 감원 바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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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럽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사업 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미국에서 3만3500명을 조기 퇴직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판매량 감소와 전기차 시장에 대비한 조직 전환에 따라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선제적 감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미국 CNBC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이번 감원 대상에 시간제 종업원 3만1000명과 정규직 사원 2500명 정도를 포함시켰다. 캐나다에서도 일부 종업원을 대상으로 조기 퇴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PSA그룹이 합병해 2021년 출범한 세계 6위권 완성차 회사다. 푸조·크라이슬러·피아트·마세라티·지프·시트로엥 등 14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583만9000대를 판매했다. 순이익은 180억 달러(약 24조원)라고 발표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마크 스튜어트 스텔란티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며 “내부와 대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숀 페인 미국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은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챙기면서 일자리 수천 개를 없애려는 이번 결정이 역겹다”고 비난했다.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달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는 5년 이상 근무한 미국 모든 정규직 사원에게 명예퇴직 프로그램(VSP)을 제안했다. 이는 GM의 미국 내 전체 사무직 5만8000명 중 과반 정도에 해당한다. 해외에서는 재직 기간 2년 이상 임원들도 대상에 올랐다. CNBC는 최근 “대상자 중 5000명이 프로그램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포드는 유럽에서 3800명 감원에 나선 상태다. 지난 2월 독일 쾰른의 개발·관리부서와 아헨의 연구센터에서 향후 3년간 2300개 일자리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dpa통신은 “포드가 전기차 개발로 인해 제품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개조하면서 이뤄진 구조조정”이라고 해석했다.

자동차 업계 곳곳에서 이런 대규모 감원이 이뤄지는 건 세계에서 가장 수요가 큰 중국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데다, 전기차의 단순한 차체 구조로 제조 인력도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 비야디(BYD·44만 대)는 지난 1분기 독일의 폭스바겐(42만7000대)을 제치고 최다 판매 자동차 브랜드로 등극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판매된 신에너지차(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포함) 5대 중 2대꼴로 BYD가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GM과 현지 합작 법인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3% 감소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 내연기관 제조 시설을 포기하기 어렵고 노동조합도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발 빠른 전동화 전환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제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라고 설명했다.

2018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내부 자료를 정리한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를 1만 대를 만들 때 전기차(3580명)는 휘발유 차량(1만770명)에 비해 직원이 35% 수준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모터와 배터리로 돌아가는 전기차는 단순 동력 장치보다는 자율주행 기술과 같은 소프트웨어 인재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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