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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인데 원화 더 약세…5개월 만에 장중 1340원 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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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달러당 원화 가치가 26일 한때 올해 최저 수준(환율은 연고점)을 경신했다. 최근 달러 가치가 하락 추세에 있었는데, 원화값은 더 심한 약세를 보인다. 국내외 경제는 물론 외교 상황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며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4.1원 내린(환율은 상승) 1336.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 초반에는 1340원을 찍으며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원화값이 장중 1340원대에 들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 변동은 미국 은행권의 불안이 재점화한 데에 영향을 받았다. 미국의 중소 지방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며 주가는 전일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시장의 선호를 높였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은행권의 안정성 우려가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쏠림을 유발했다”며 “장중 이런 심리가 일부 진정되며 1340원을 향해 가던 원·달러 환율이 일부 되돌려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달러는 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안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아지고,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이 강세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달러값이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도 하락 추세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110을 넘었던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내린 101.55 수준에서 오르내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음 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점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Fed는 추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문을 열어두겠지만, 시장에선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이번 FOMC 회의 이후에 일방적인 원화 가치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그는 “2분기에 원화 가치가 1360원까지 하락(환율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Fed가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환율엔 지정학적 위기가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대만과 반도체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한국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은행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의 대만 관련 논의에 대해 중국이 한국에 험한 말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 시장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러시아가 거세게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현재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등 수출 부진으로 발생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와 경기 둔화도 원화 가치의 약세를 유발한다. 김승혁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과의 거리가 멀어진다면 무역수지는 더 악화할 수 있다”며 “향후 무역수지 악화와 국제유가 상승 압력 등은 원화 가치에 악재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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