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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업그레이드, 예약 취소하라"…황금연휴 바가지에 中 분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관광지의 민박 업소. 오는 29일 닷새간의 연휴를 앞두고 사전 예약자의 강제 예약 취소가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바이두 캡쳐

중국 관광지의 민박 업소. 오는 29일 닷새간의 연휴를 앞두고 사전 예약자의 강제 예약 취소가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바이두 캡쳐

‘위드 코로나’로 방역을 완화한 뒤 처음으로 닷새간의 5·1 노동절 휴가를 앞둔 중국이 숙박업소마다 강제 예약 취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홍콩 성도일보는 26일 코로나19로 큰 손해를 봤던 민박 업주들이 이번 연휴를 맞아 ‘보복성 돈벌이’를 노려 싼값에 사전 예약한 고객에게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취소를 강제하고 있다며 실태를 보도했다.

성도일보에 따르면, 평소 1박 100위안(약 1만9300원) 정도이던 저가 호텔의 숙박료가 오는 29일부터 내달 3일까지 닷새간의 연휴 동안 800위안(15만4000원)으로 폭등하는가 하면, 일부 업소에서는 미리 싼 값에 예약한 고객들에게 철거·수리·파산·양도 등 각종 구실을 내세워 예약 취소를 강제한 뒤 비싼 값에 다시 판매하고 있다.

저장(浙江)성 인터넷 매체 ‘조신문(潮新聞)’의 지난 24일 보도에 따르면, 항저우 시민 덩(鄧)모씨는 5·1 휴가를 청두(成都)에서 보내기 위해 지난 3월 16일 일찌감치 민박을 예약했다. 당시 조기 예약 할인 마케팅과 여행 전문 애플리케이션의 할인권을 보태 1박에 약 100위안으로 방 3개를 예약하는 데 성공했다. 얼마 뒤 해당 민박 가격이 300위안으로 오른 것을 보고는 미리 예약한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뒤 그는 “민박 업소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예약 취소를 요구하는 연락을 받았다. 업주는 100위안 상당의 할인 티켓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덩씨는 곧 다른 예약 플랫폼에서 이 민박집의 같은 날짜 같은 조건의 방이 500위안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분개했다.

저장성 휴양지 마오간산(莫干山)의 한 민박 주인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가 엄중해 민박으로 거의 돈을 벌지 못한 채 손해를 보면서 근근이 버텼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민박 업주 모두가 이번 5·1 노동절 ‘대목’만 노리고 있다”면서 숙박료를 올린 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호텔 로비 소파에서 1박을 1만9000원에 판매한다고 등장한 상품. 바이두 캡쳐

호텔 로비 소파에서 1박을 1만9000원에 판매한다고 등장한 상품. 바이두 캡쳐

중국 곳곳에서 객실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호텔 로비 소파 1박’ 상품까지 등장했다. 저장성 타이저우(台州)의 한 호텔은 ‘0.8m 소파 침대, 20㎡, 1인 조찬 99위안(약 1만9100원)’ 상품을 인터넷에 출시했다. 해당 호텔 직원은 “과대광고가 아니라 실제 연휴에 남은 객실이 없어 한시 상품으로 판매했던 것”이라며 “이미 구매한 고객은 객실로 무료 업그레이드했다”고 해명했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微博)에서는 ‘#5·1 민박 해약 쓰나미(五一民宿現漲價毁約潮)#’라는 검색어 해시태그가 최근 사흘 만에 3억5000만 건의 클릭과 댓글 1만9000건을 기록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관광업계가 겪은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보복성 돈벌이’는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당국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숙박업체의 강제 예약 취소가 사회 문제로 불거지자 숙박 예약 플랫폼들은 수습에 나섰다. 셰청(㩦程)·페이주(飛猪)·샤오주(小猪) 등 인터넷 여행 업체는 24일 공동 성명을 내고 예약이 취소된 고객에게는 인근의 동급 이상 숙소에 추가 비용 없이 숙소를 마련해주는 대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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