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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제값 받기’ 전략…현대차 1분기 사상최대 영업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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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자동차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조5927억원을 거뒀다고 25일 발표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으로 시장 전망치 3조원을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기대 이상의 호실적)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조9289억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매달 1조2000억원가량 영업이익을 올린 셈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는 국내 상장사 중 영업이익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6일 오후 실적을 발표하는 기아를 포함하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대차는 1분기 매출이 37조7787억원이라고 밝혔다. 역대 1분기 중 최고치다. 전년 동기(30조2986억원)와 비교하면 24.7%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생산이 확대되고 있으나, 주요 시장의 재고 수준은 여전히 낮아 향후 견조한 대기 수요를 바탕으로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며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인상 등 경영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9.5%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제값 받기’ 전략이 통했다고 평가한다.

현대차는 1분기 동안 전 세계 시장에서 102만1712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13.2% 증가했다. 국내 시장(19만1047대)에선 지난해 말 출시한 디 올 뉴 그랜저 등이 실적을 이끌었다. 해외 시장에선 중국 등이 주춤하고 있으나 미국에선 역대 최대 판매량 기록을 새롭게 쓰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월에만 미국에서 6만125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9.6%가 늘었다.

경쟁사 대비 전기차 전환을 서두른 것도 실적 상승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의 미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1월 누적 5만 대를 달성했다. 2021년 판매를 시작한 아이오닉5는 2월 말 기준으로 2만6757대가 팔렸다.

현대차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 차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단기 목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넘어서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SK온과 손잡고 2025년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짓는다. 인근에 기아 조지아 공장(189㎞),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04㎞)과 2025년 완공될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460㎞)이 있어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합작 공장에선 연간 35기가와트시(GWh)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전기차로 따지면 약 30만 대 분량이다. 양사는 50억 달러(약 6조6700억원)를 공동으로 투자하고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작 공장 설립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배터리셀 현지 조달을 안정화해 미국 전기차 판매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를 이끌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김용화 차량제어개발센터장 겸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부사장)을 선임했다. 박정국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위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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