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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1주기 추모문화제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저항 문인 김지하의 별세 1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리는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고인이 남긴 서정시, 그림, 생명사상 등을 선보이는 공연과 전시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백악미술관에서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백악미술관에서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행사는 고(故) 김지하 시인의 문학 세계와 생명사상을 조명하는 학술 심포지엄, 김지하의 글과 그림을 한자리에 선보이는 추모 서화전, 김지하의 시를 가사로 만든 노래를 가수가 부르는 추모 공연으로 구성됐다.

김지하 시인이 남긴 글씨와 그림을 선보이는 추모 서화전 '꽃과 달마, 그리고 흰 그늘의 미학'은 다음 달 4일부터 9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백악미술관에서 열린다. 김지하 시인은 오랜 감옥 생활에서 풀려난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서화에 전념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40여 년 동안 다양한 글씨와 그림을 남겼다.

전시를 기획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24일 백악미술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기자간담회에서 "김지하 시인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려준 그림들을 전부 모아서 준비했다"며 "그가 1970년대 발표한 문학 뿐 아니라 7년에 걸친 긴 감옥살이 속에서 보여준 투쟁, 그 속에서 싹 틔운 생명사상 등이 우리 역사에서 어마어마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백악미술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추모문화제 서화전 전시총괄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백악미술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추모문화제 서화전 전시총괄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하 시인은 1970년대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고 이후에는 생명과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생명사상가로 변신했다. 생전에 그는 옥살이 하던 중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꽃과 풀을 보며 우주 만물과 모든 미물을 소중하게 여기는 생명사상에 심취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추모문화제 추진위원장을 맡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김지하가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생각을 펼쳤는지를 살펴보며 상당히 놀랐다"며 "지금은 자본주의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고,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근본적 전환을 시도해야 하는 시대인데 김지하는 이미 30∼40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생명사상의 의의를 평가했다.

학술 심포지엄은 다음 달 6일과 7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다. 첫날인 6일 심포지엄에서는 염무웅 교수가 '시인 김지하가 이룬 문학적 성과와 유산'을 주제로 발표한다. 둘째 날인 7일 오전 11시부터 '김지하의 정치적 고난과 생명사상의 태동'을 주제로 열리는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유홍준 교수가 '붓끝에 실린 모시는 마음 김지하의 그림과 글씨'를 주제로 발표하고, 문국주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가 '민주화 운동과 김지하'를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다.

문학평론가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김지하 선생의 1주기 추모문화제는 김지하 선생의 문학과 사상에 관한 총체적 연구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라며 "앞으로 김지하 문학 연구가 더 본격화하면서 21세기 지구, 생명 담론이 나가야 할 생산적인 대안과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백악미술관에서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백악미술관에서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6일 오후 7시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청계학당에서 추모 공연이 열린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출신의 가수 문진오가 '새', '금관의 예수', '회귀', '타는 목마름으로' 등 김지하의 시로 만들어진 노래를 부르고, 소리꾼 임진택이 김지하 시인의 시를 판소리로 만든 '소리내력'을 선보인다.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 김지하 시인은 1966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후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비'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 등단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담은 '타는 목마름으로'(1975)는 시대를 대표하는 저항시로 꼽힌다. 1970년 국가 권력을 풍자한 시 '오적'으로 구속되는 필화를 겪고,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출감 이후엔 원주에 거주하며 생명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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